최근 농어촌 지역으로 휴가를 떠나는 ‘촌캉스’(촌+바캉스)가 유행하고 있다. 해외나 국내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니거나 ‘오션뷰’ 특급호텔에서 머무는 것이 아닌 자연 속 ‘논밭뷰’ 숙소에 머물며 휴가를 즐기는 것이다. 16일 여행 플랫폼 ‘여기어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숙소 예약은 작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반면 촌캉스로 인기 있는 충청·영호남(광역시 제외) 지역은 숙소 예약률이 작년 동기 대비 145% 증가했다. 대표적 ‘촌캉스’ 지역인 영월군 관계자는 “올해 1~6월 영월군 방문객은 71만5000여 명으로 코로나 전인 2019년보다도 8% 증가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경북 영주시 한 고택에서 촌캉스를 즐기고 있는 김하빈(26)씨와 가족들의 모습. /김하빈씨 제공

촌캉스는 특히 20~30대 사이에서 인기다. 주로 도시에서 생활하는 젊은 세대에게 한적하고 조용한 농어촌에서의 생활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다. ‘몸뻬’ 바지, 밀짚모자, 고무신 등 이른바 ‘할미룩’은 촌캉스의 필수 준비물이다. 경북 포항시의 한 민박으로 친구 3명과 촌캉스를 다녀온 유모(24)씨는 “휴가를 떠나기 전 온라인 쇼핑몰에서 색과 패턴이 화려한 1만5000원짜리 원피스를 하나씩 구매해갔다”며 “숙소에 침대가 없어 잘 때 허리가 아프고, 벌레가 많은 것은 힘들었지만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했다. 촌캉스 고객이 늘자 주변에 관광 인프라가 적은 오지에도 민박, 펜션 같은 숙소가 들어서고 있다. 지난달 전남 고흥에서 한옥 숙소 ‘남순재’를 개업한 이남순씨는 “’할머니집’을 콘셉트로 자개장과 평상 같은 소품을 마련했다”며 “주변에 갈 만한 관광지가 적어 숙소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데도 20~30대 손님에게 인기”라고 했다.

코로나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붐비는 곳을 찾길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진 데다가 고(高)물가로 해외여행 등을 포기한 사람들이 비교적 비용이 덜 드는 촌캉스를 찾기도 한다. 충남 서산의 한 전통 숙소에 다녀온 이모(28)씨는 “제주도나 강원도 여행도 생각했지만 숙소가 1박에 40만원이 훌쩍 넘는 곳이 많았다”며 “촌캉스를 간 덕에 숙소비로 2박에 27만원을 썼고, 식비와 교통비를 다 합쳐도 70만원을 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