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전자 등 국내 주요 전자·반도체 기업의 재고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기침체 우려로 수요 부진이 심화되면 재고자산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의 공장 가동률도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최근 공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6월 말 기준 재고자산 총액은 52조922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0조7078억원(26%)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이 5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30.7% 증가)을 비롯해 스마트폰과 TV·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21.3%), 디스플레이 부문(21.8%)까지 전체 사업 부문에서 재고자산이 크게 증가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가 보유한 전체 자산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작년 9.7%에서 올해 상반기 11.6%로 뛰었다.
SK하이닉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6월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 총액은 총 11조8787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3.2% 증가했다. TV와 IT 기기용 패널을 만드는 LG디스플레이의 재고자산 역시 작년 말보다 41% 증가한 4조7225억원으로, 총자산 대비 재고자산 비율은 8.8%에서 12.3%로 늘었다. LG전자도 세탁기·냉장고 등을 담당하는 생활가전사업부와 TV사업부, 전장사업부의 재고자산이 작년 말보다 증가했다.
재고가 쌓이자 그 여파로 생산설비 가동률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TV 등 영상기기 생산라인 가동률을 1분기 84.3%에서 2분기 63.7%로, 휴대폰 생산라인 가동률은 81.0%에서 70.2%로 각각 낮췄다. LG전자도 냉장고(127%→119%), 세탁기(99%→81%), 에어컨(129%→108%) 등 주요 제품 생산라인의 설비 가동률을 전 분기보다 낮췄다. 특히 TV 생산라인 가동률은 1분기 87.8%에서 2분기 72.5%로 대폭 낮아졌다. LG디스플레이 구미사업장 가동률도 기존 100%에서 97%로 하락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수요 위축뿐 아니라 공급망과 물류 차질로 상품과 원재료를 축적하면서 재고가 늘었다”며 “기업들이 재고 정상화를 위해 시설 투자를 조정하는 등 다각도로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