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40만명 가까운 저개발국 영유아가 제대로 된 화장실이 없어 전염병으로 숨지는 비극을 막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가 의기투합해 만든 새로운 개념의 화장실이 개발 완료됐다.
삼성전자는 25일 삼성종합기술원에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과 함께 진행해온 ‘화장실 재창조(Reinvent the Toilet) 프로젝트’ 종료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물과 하수처리 시설이 부족한 빈곤 국가에서 화장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매년 5세 이하 어린이 36만명 이상이 장티푸스, 설사, 콜레라와 같은 질병으로 사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사업이다. 게이츠 재단은 2011년부터 2억달러 이상을 들여 이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은 세계적인 연구 기관과 대학들이 뛰어들었으나, 기술적 난제와 대량 생산이 가능한 정도로 원가를 낮출 수 없다는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게이츠 재단은 2018년 삼성에 개발 참여를 요청했고, 이 부회장은 삼성종합기술원에 기술 개발을 위한 TF(태스크포스팀) 구성을 지시했다. 당시 게이츠재단은 삼성에 연구 비용 수천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삼성은 이 부회장의 뜻에 따라 사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빌 게이츠와의 이메일, 전화, 화상회의 등을 통해 진행 경과를 챙겼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약 3년간의 연구 개발을 거쳐 최근 새로운 화장실 기술을 선보였다. 고체와 액체를 분리한 뒤 고체는 탈수·건조·연소 과정을 통해 재로 만들어 처리하고, 액체는 바이오 정화 방식을 적용해 환경에 무해한 물로 바꾼 것이다. 삼성 측은 “저개발국이 삼성의 화장실 기술을 상용화할 때 특허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게이츠 재단에도 화장실 양산을 위한 컨설팅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종료식에 앞서, 지난 16일 이 부회장은 한국을 찾은 빌 게이츠 이사장을 만나 개발 결과를 공유하고 글로벌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삼성의 기술로 인류 난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