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본사 앞 교차로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있다. /뉴스1

대우조선해양이 수출입은행에서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뒤 발행한 2조3300억원어치 영구채가 ‘부실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 영구채가 실질적으로는 부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회사는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상반기 1조6700억원에 달하는 결손금을 기록했는데 영구채 효과를 빼면 수천억원대의 자본잠식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영구채에 대해 올해 말까지 연 1% 이자율을 적용받지만, 내년부터는 10% 이상으로 이자율이 폭등할 수 있어 막대한 이자 부담까지 떠안게 될 전망이다.

◇대우조선 사실상 완전자본잠식 상태

대우조선해양의 올 상반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 측은 2046~2048년에 상환 기일이 도래하는 2조3328억원 규모 만기 30년짜리 전환사채(CB·영구채)를 자본으로 잡고 있다. 당초 대우조선해양이 수출입은행에 갚아야 할 채무였지만, 대우조선해양이 이를 갚지 못하자 은행 측이 재무 건전성을 고려해 영구채로 돌린 것이다. 영구채는 국제회계기준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한다.

상반기 대우조선해양의 자본 총계는 1조5483억원이었다. 그러나 영구채를 실제 성격에 따라 부채로 잡으면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7845억원으로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영구채를 자본으로 볼 경우 실제 부채 규모를 제대로 반영 못한다는 문제 때문에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서 수년 전부터 영구채를 부채로 분류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구채를 부채로 잡지 않아도 대우조선해양의 부채 비율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반기보고서에 나타난 대우조선해양의 부채 비율은 676%에 달한다. 지난해 말 379.1%에서 올 1분기 523.2%로 늘어난 부채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같은 조선업종인 한국조선해양의 상반기 부채비율은 145%, 삼성중공업은 226%였다. 한 조선업체 재무 담당자는 “조선 3사 모두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적자를 냈지만,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규모가 유독 크다는 점이 걱정스럽다”면서 “산업은행·수출입은행에서 받은 공적자금을 까먹으면서 부실만 불어나고 있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1%인 영구채 이자 내년 10%대로 폭등할 수도

영구채에 따른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도 대우조선해양으로선 악재다. 수출입은행은 당초 지난해까지 대우조선해양 영구채 이자율을 1%로 적용하기로 했었지만 이 기간을 올해 말로 연장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수자로 나선 현대중공업그룹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차원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해 초 EU(유럽연합)의 반대로 매각이 무산되면서 수은이 1% 이자율 적용 기간을 추가로 연장할 명분이 사라진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의 현 신용등급(BBB-)을 감안하면 내년부터는 10% 이상의 금리가 적용돼 2300억원 이상의 이자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7614억원이었던 대우조선의 금융 비용은 올 상반기 9100억여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영구채 이자율이 오르면 연간 금융 비용만 1조원을 훌쩍 넘길 수 있다는 얘기다.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사정에 따라 이자 납부를 계속 미룰 수 있다는 규정을 적용해왔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올 상반기까지 누적 1192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지나친 특혜를 제공해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선업계에서는 “경쟁사들이 일반 금융 기관에서 4~5% 이율로 돈을 빌리는 것과 비교하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나친 특혜를 받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우조선해양의 막대한 부실이 향후 매각 과정에서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팀장은 “대우조선해양은 부채 비율이 높아서 시장에서는 부실덩어리로 인식되고 있는데 여기에 영구채까지 잠재적인 부실 폭탄으로 남아 있다”면서 “부실 규모부터 줄이지 않는다면 대우조선해양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