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자력발전소 전경./뉴스1

원전(原電) 비중이 계획보다 크게 늘고, 신재생 에너지는 과거 목표보다 대폭 줄어든다. 신재생 비중이 현실적으로 감소하는 대신 원전은 신규 가동과 계속운전을 통해 2030 NDC(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의 주요 수단이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0일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을 공개하고, 2030년 발전량 비중을 원전 32.8%, 신재생 21.5%로 맞추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정부가 2030 NDC를 기존 2018년 대비 26.3% 감축에서 40% 감축으로 대폭 늘리면서 내놨던 원전 23.9%, 신재생 30.2%와 비교해 원전의 비중은 늘고, 그만큼 신재생은 줄었다. LNG(액화천연가스)는 19.5%에서 20.9%로 다소 늘고, 석탄은 21.8%에서 21.2%로 소폭 줄어든다. ‘탈원전 폐기’를 내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구체적인 에너지 믹스 비중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 7월 ‘새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 발표 당시 2030년 원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신재생 비중 목표치는 대선과 인수위를 거치며 20%대로 알려졌다.

제10차 전기본은 올해부터 2036년까지 15년간 전력수급의 장기전망과 전력수요관리, 발전과 송·변전 설비계획 등을 담은 중·장기 계획이다. 2020년 확정된 지난 9차에 이어 2년 만에 수립된다. 산업부는 이날 “각 분야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총 113명이 작년 12월부터 모두 33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고 실무안을 마련했다”며 “전략환경영향평가·관계부처협의, 정부 초안 마련, 국회 상임위 보고, 공청회, 전력정책심의회를 거쳐 연내, 될 수 있으면 이른 시일 내에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2030 NDC 상향 당시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에너지 믹스가 이상적인 수치만 앞세워 신재생 에너지 비중만 대폭 늘렸다면 이번 10차 계획은 신재생 에너지 보급 속도와 주민 수용성, 발전소 건설 일정을 반영한 현실적인 계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4월 고리 2호기부터 2035년 한빛 4호기까지 줄줄이 문을 닫기로 했던 원전 12기(10.5GW·기가와트)는 가동을 유지하기로 했고 공사가 중단됐던 신한울 3, 4호기(2.8GW)도 2032~2033년 상업운전을 시작하기로 했다. 33%에 달하는 원전 비율은 10여 년 전인 이명박 정부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신재생은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됐다. 설비용량 기준 신재생 설비는 올해 28.9GW에서 2030년 71.5GW, 2036년 107.4GW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의 변동성이 큰 탓에 실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실효용량은 같은 기간 설비용량의 13~18%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전기본 총괄분과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지난 8,9차 전기본 당시 다루지 않았던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을 검토해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를 반영했다”며 “2030NDC 상향안 과 2050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전기 수요 증가도 반영했다”고 말했다.

한편, 설비 용량이 큰 원전이 대거 포함되면서 신규 발전 설비를 위한 여유가 대폭 감소한 것은 문제로 꼽힌다. 2036년까지 필요한 목표 설비에서 확정 설비를 뺀 신규 설비 규모는 불과 대형 LNG 발전소 2기 수준인 1.1GW에 그친다. 새로 LNG발전소를 짓거나 신재생 발전사업을 추진한 사업자로서는 신규 허가를 받기 어렵게 된 형국이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기존 허가받은 해상풍력, 태양광 등의 설비 진행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2년마다 전기본을 수립할 때마다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