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대한 우리나라 자동차·배터리 업계 우려를 전달하기 위한 정부 합동대표단이 29일 미국을 긴급 방문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안성일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을 단장으로 기획재정부, 외교부 고위 관료로 구성된 대표단은 오는 31일(현지 시각)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 재무부, 상무부 등 미국 행정부 주요 기관과 의회를 방문한다. 대표단은 IRA 전기차 보조금 제도에 대한 우리 측 우려와 업계 입장, 국내 여론을 전달하고 보완 대책을 협의할 계획이다. 미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자동차·배터리 업계와도 간담회를 열고 대응 상황 점검 및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에 대해서 논의한다. 정부 합동대표단 방미에 이어 다음 달에는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미국을 찾아 관련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16일 시행에 들어간 IRA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에서 조립한 전기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했다.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아이오닉5나 EV6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 가동 시점은 빨라야 2025년”이라며 “상황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 2년 이상 보조금 없이 판매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보조금은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에 이른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한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한편 이창양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IRA가 한미FTA(자유무역협정)나 WTO(세계무역기구) 규정을 위반했느냐”는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위반 소지가 크고 필요한 경우 WTO 제소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장관은 “WTO로 가면 같은 입장인 일본, EU(유럽연합) 국가들과 공조가 가능한 면은 있다”면서도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전까지 물밑 작업을 잘 진행할 것”이라고 말해 당장은 WTO 제소에 나서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