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임이랑(37) 코니바이에린 대표를 만난 곳은 그의 서울 성동구 자택이었다. 임 대표의 명함엔 ‘지용이 엄마’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지용이는 임 대표의 일곱 살 첫째 아이. “아이를 보면서 일하고 싶어 집에서 창업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본사 없이 직원 40명 전원이 재택근무를 합니다.”
코니바이에린의 간판 상품은 160~200g짜리 초경량 아기띠. 착용하는 데 채 30초가 안 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7년 창업 이후 일본, 미국, 호주, 캐나다를 포함한 전 세계 74국에서 총 100만개 이상 팔렸다. 시판되는 아기띠 중 가장 가벼워 국내와 일본 맘카페에선 ‘국민 아기띠’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인기다. 특히 일본에선 신생아 3명 중 1명이 코니 아기띠를 쓰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옥조차 없는 소규모 육아 스타트업이지만 지난해 매출 243억원을 기록했다. 임 대표는 “내가 직접 착용했을 때 창피하지 않은 디자인, 나의 육아 고통을 경감시켜줄 수 있는 형태를 구현하다 보니 전 세계 부모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출산 후 퇴직한 경단맘, 디스크 파열 계기로 사업가 변신”
임 대표는 ‘경단맘’(경력 단절 엄마)’이었다. 2010년 대학을 졸업한 뒤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에서 일하다 첫아이 출산 후 육아를 위해 회사를 그만뒀다. 아기띠를 쓰다가 목 디스크가 파열된 것이 창업 계기였다. “시중에 나온 아기띠를 다 써봤지만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죠. 그때 남편이 ‘직접 만들어봐!’라고 했어요.” 퇴직금 1000여 만원을 털어 아기띠 제작을 시작했다.
몸소 체험한 불편함을 해소하는 과정은 곧 경쟁력이 됐다. 가벼워 어깨와 목에 무리가 가지 않고, 아기를 안고도 혼자 착용할 수 있는 제품을 고민하다 지금의 아기띠가 탄생했다. 임 대표가 만든 초경량 아기띠는 금세 소문을 탔다. 그는 “아기를 안은 채 아기띠를 착용하려 할 때의 어려움을 최대한 없애려고 파고든 게 성공 포인트”라고 했다.
코니 아기띠는 지난달 여성기업주간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 회사 부스를 찾아 아기띠를 직접 착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임 대표는 “대통령 방문 사실을 불과 몇 분 전에 알고는 회사 소개 문구를 급히 외우고 있는데 대통령이 다가와 재킷을 벗고는 아기띠를 착용해보더라”라고 말했다. 사이즈 조절이 가능한 제품이 있어서 윤 대통령 몸에 맞출 수 있었다. 임 대표는 “직원 부모님들이 ‘뉴스에서 너희 제품 봤다’면서 엄청 좋아하셔서 사기가 높아졌다”고 했다.
◇“부모의 삶을 더 멋지게, 글로벌 육아 시장 노릴 것”
코니의 직원들은 기본 재택근무다. 공장은 서울 봉천동과 베트남, 총 두 군데서 운영 중이다. 임 대표는 “재택근무를 전면 도입한 덕분에 호주에 사는 디자이너, 성남에 사는 워킹맘 등 유능한 인재들을 제약 없이 채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일을 하는 틈틈이 일곱 살, 세 살 두 아이에게 엄마가 누구와 일하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얘기해주곤 한다.
임 대표는 “한국 소비자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며 “국내 소비자들은 눈높이가 높기 때문에 한국에서 성공하면 해외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 출생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부정적인 요인이지만 한 아이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기회 요소라는 것이다. 임 대표는 “부모의 삶을 더 쉽고 더 멋지게 만든다는 게 코니의 비전”이라며 “아기 의류, 유아 식기뿐만 아니라 엄마가 입을 수 있는 의류로 제품군을 넓혀 수출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