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원전(原電) 발전 비율이 전체 전력 발전량의 3분의 1수준까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대신 신재생 에너지 비율은 보급 속도와 송배전망 건설 등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해 이전 정부 계획보다 크게 줄어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을 공개했다. 탈원전 정책 폐기를 전면에 내세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구체적인 에너지 믹스(Mix) 비율을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년마다 만드는 전기본은 앞으로 15년간 장기적인 전력수급 전망과 전력수요관리, 발전과 송·변전 설비계획을 담은 중·장기 계획이다. 제10차 전기본은 올해부터 2036년까지 계획을 담고 있다.

실무안을 보면 2030년 원전의 발전량 비율은 32.8%로 확대된다. 문재인 정부 때인 9차 전기본(25%), 작년 10월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때(23.9%)보다 7.8~8.9%포인트 확대한 것이다. 대신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율은 NDC(30.2%) 계획 때보다 8.7%포인트 줄어든 21.5%로 설정했다. 화석연료인 LNG(액화천연가스)와 석탄 비중은 각각 20% 안팎으로 줄일 계획이다.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113명은 작년 12월부터 모두 33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고 10차 전기본 실무안을 마련했다. 앞으로 관계 부처 협의와 국회 보고, 공청회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연말 최종 확정된다.

정부가 이날 원전 확대, 신재생 에너지 축소를 기본으로 내놓은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전기본)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믹스를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탈원전 폐기 수순을 밟기 위한 밑그림인 셈이다.

10차 전력수급계획안에 따르면 2030년 원전 발전량은 201.7TWh(테라와트시)로 전체 발전량의 32.8%를 차지하게 된다. 이는 10여 년 전인 이명박 정부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원전 비중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12~2013년 20%대로 떨어졌다가 2014~2016년 다시 30%를 회복했지만, 탈원전을 추진한 문 정부 때는 20%대로 급락했다. 정부는 원전에 이어 신재생 에너지(21.5%), 석탄(21.2%), LNG(20.9%), 수소와 같은 무탄소(2.3%) 순으로 발전 비중을 가져가기로 했다.

원전은 내년 4월 고리 2호기부터 2035년 한빛 4호기까지 이전 정부가 가동연한에 맞춰 영구폐쇄하기로 했던 원전 12기(10.5GW·기가와트)를 유지하기로 했다. 또 2025년까지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 가동에 들어가고, 이전 정부 때 공사가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2.8GW)도 2032~2033년 상업운전을 시작하기로 했다.

반면 지난해 2030 NDC 때 연간 발전량 비율을 30.2%로 정했던 신재생 에너지는 실현 가능한 수준을 반영해 9차 계획 때와 비슷한 21.5%로 크게 낮췄다. 산업부는 “신재생 에너지 보급 속도와 주민 수용성, 발전소 건설 일정을 감안한 현실적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정부가 2030 NDC를 달성하겠다며 내놓은 에너지 믹스는 1년 전인 2020년 말 확정한 9차 계획보다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10%포인트 가까이 늘리면서도 구체적인 확대 방안은 내놓지 않아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은 기존 감축 목표는 유지하되 속도 조절에 나서기로 했다. 석탄발전은 이전 정부 때처럼 감축 기조를 유지해 2036년까지 가동 후 30년이 도래하는 26기(13.7GW)를 폐지한다. 이를 LNG 발전으로 전환하고 이와 별도로 LNG발전소 5기를 새로 짓는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전력 수요가 올해부터 연평균 1.4% 증가해 오는 2036년에는 117.3GW(기가와트)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10차 전기본 총괄분과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10차 전기본은 지난 8·9차 계획 수립 때 다루지 않았던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를 설비 용량 기준 1.5GW가량 반영하고,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전력 수요 증가도 10GW 이상 감안했다”며 “2036년 최대 전력 수요는 117.3GW로 9차보다 다소 늘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앞으로 신규 원전 건설과 계속운전,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발전설비 변화와 전력수요 증가를 반영한 전력망 건설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