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신항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뉴스1

올 들어 지난달까지 무역수지 누적 적자가 247억달러(약 33조원)를 돌파했다. 연간 기준 무역적자가 최대를 기록했던 1996년의 206억달러를 불과 8개월 만에 넘어선 수치다. 하반기 무역 상황도 불투명한 가운데 연간 적자 규모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지난달 수출은 6.6% 늘어난 566억7000만달러, 수입은 28.2% 급증한 661억5000만달러를 기록하며 무역수지가 94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던 올 1월 49억500만달러의 두 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5개월 연속 적자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2007년12월~2008년4월)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무역적자가 6개월 이상 이어진 때는 IMF 외환위기가 임박했던 1997년 상반기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80년대 말 3저(低) 호황 때를 제외하면 무역수지 적자 기조가 IMF 외환위기 당시까지 이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무역 적자가 사상 최악을 나타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수입이 급증한 데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도 전년 동기 대비 26.1% 수입이 늘어나면서 적자를 심화시켰다. 특히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해보다 89억달러 급증하며 수입 증가세를 주도했다. 전기차 배터리 주재료인 수산화리튬, 니켈, 코발트 등 정밀화학원료 수입도 부담을 가중시켰다.

수출도 불안함이 커졌다. 석유제품·자동차·철강·이차전지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역대 8월 중 최고 실적을 나타내고, 수출 증가율이 2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수출 증가율은 둔화됐다. 지난 5월 전년 동월 대비 21.4% 증가했던 수출 증가율은 6월 5.3%로 뚝 떨어진 데 이어 7월(9.2%)과 지난달(6.6%)까지 3개월 연속 한자릿수에 그쳤다. 반도체가 7.8% 줄어들고, 석유화학은 11.7% 감소하며 부진했다. 지역별로는 대(對)중국 수출이 작년 8월보다 5.4% 감소했고, 중남미도 4.1% 줄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계속되는 중국 내수와 생산 둔화세에 따른 영향으로 반도체와 석유화학 수출이 줄어들며 감소세를 나타냈다”고 했다. 대중 무역수지는 이달에도 3억8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5월 이후 4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전날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9~12월 수출 전략 방안을 내놨지만,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며 수출이 탄력을 받기 힘들고, 하반기로 갈수록 LNG(액화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액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적자 규모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