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우리나라 무역 수지(수출액-수입액)가 95억달러(약 13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1956년 무역 통계 작성 이후 월 기준으로 가장 큰 무역 적자다. 에너지 수입이 폭증한 반면 수출 증가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지고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도 2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하는 가운데 겨울을 앞두고 에너지 수요까지 증가하면 연간 적자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수출이 작년보다 6.6% 늘어난 566억7000만달러, 수입은 28.2% 급증한 661억5000만달러를 기록하며 무역 수지가 94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1일 발표했다. 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였던 지난 1월(49억500만달러)의 두 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4월부터 5개월 연속 적자로, 금융 위기 당시인 2008년(2007년 12월~2008년 4월) 이후 14년 만이다. 이로써 8월까지 무역 적자 규모는 247억달러를 넘겼다. 우리나라가 연간으로 최대 무역 적자를 냈던 1996년(206억달러) 기록을 8개월 만에 넘어선 것이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심화하면서 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이 급증한 데다 자동차용 등 반도체 수입도 전년 동기 대비 26.1% 급증하면서 적자를 심화시켰다. 전기차 배터리 주재료인 수산화리튬을 비롯한 원자재 수입도 큰 폭으로 늘어나며 부담을 가중시켰다.

수출은 석유제품·자동차·철강·이차전지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수출 증가율이 2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수출 증가율은 6.6%로 한 자릿수에 그쳤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7.8% 감소하며 26개월 만에 역성장했고, 석유화학은 11.7% 줄어들며 세 달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역별로는 대(對)중국 수출이 작년 8월보다 5.4% 감소했고, 중남미도 4.1% 줄었다. 대중 무역 수지는 이달에도 3억8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5월 이후 4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