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태풍 힌남노의 직격탄을 맞은 경북 포항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는 전체 고로(高爐·용광로) 3기가 가동을 중단했다. 포항제철소의 모든 고로가 동시에 가동을 중단한 것은 1973년 쇳물 생산을 시작한 이후 4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포항제철소는 노후화로 수명을 다한 1고로를 제외하고 2~4고로를 운영해왔다.

6일 오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쏟아부은 물폭탄에 경북 포항시 전역이 물바다로 변한 가운데 포스코 포항제철소 1문 앞 도로에 차량들이 침수돼 있다./뉴스1

포스코가 고로 운영을 중단한 것은 이번 태풍으로 인근 하천인 냉천이 범람해 제철소 내부에 있는 변전소가 침수됐기 때문이다. 변전소 침수로 정전이 되면서 제철소가 올스톱한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한전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변전소를 비롯한 제철소 대부분 지역이 침수됐다”면서 “1~2일 안에 변전소를 정상화해 복구 작업에 물꼬를 튼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이번 태풍으로 고로는 침수되지 않았지만 24시간 돌아가야 하는 고로 특성상 일정 기간 가동이 멈추면 내부에 균열이 생기게 된다. 철강 설비 부문 관계자는 “포스코가 고로 내부가 굳지 않도록 보온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러나 보온을 하더라도 이론적으로 7일이 지나면 균열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 안에 고로를 다시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고로 내부에 내화 벽돌을 새로 쌓고 재가동 준비를 하는 데 3개월 이상 시간이 걸린다. 포스코는 이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7일 이후에는 고로부터 우선 가동시킨 뒤 쇳물을 빼내 임시 적재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로를 재가동하더라도 제철소 내부 도로가 대부분 침수돼 제철소 완전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곳곳에 토사가 쌓여 있는 데다 제철소 안에 적재했던 철광석·석탄과 같은 각종 철강 원료도 상당수 물에 잠겼기 때문이다. 설비동 지하에 있는 전기 설비도 침수됐는데, 물을 모두 빼낸 뒤 설비를 수리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포스코는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을 단장으로 설비·생산·판매·기술·안전 담당 임원들이 포함된 ‘태풍재해복구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제철소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도 지난 6일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포항으로 내려가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TF는 전체적인 피해 규모와 제철소 정상화 계획을 순차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포항제철소 운영 중단으로 하루 4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생산량을 최대한 늘려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광양제철소 생산 능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막대한 손해는 불가피하다”면서 “포항제철소의 연간 조강 생산량이 1685만t(2021년 기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동차·조선처럼 포스코에서 철강을 공급받는 업체들까지 연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