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경제성까지 조작해 밀어붙인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로 발생한 7000억원 넘는 손실을 국민 부담으로 메우게 됐다. 최악의 한전 영업 적자와 태양광 사업 비리에 이어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 후유증이 계속되는 것이다.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6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로 발생한 손실 7277억원을 보전해달라며 산업통상자원부에 ‘비용 보전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수원이 정부에 손실 보전을 신청한 것은 문 정부가 탈원전으로 발생한 비용을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보전해주기로 법령을 고쳐 놓았기 때문이다. 전력기금은 가정·기업이 매달 내는 전기 요금에 3.7%를 붙여 조성한다. 한마디로 에너지 정책 실패 책임을 국민이 떠안게 되는 것이다.
구체적 내역을 보면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을 위해 한수원이 설비 투자에 들인 5555억원, 물품 구매에 쓴 147억원, 2018년 6월 가동 중단 이후 2019년 12월 영구 정지까지 지출한 유지비와 가산금 1575억원 등이다.
1982년 가동을 시작해 2012년 11월 설계수명(30년)이 끝난 월성 1호기는 계속 운전을 위해 수천억 원을 들여 설비를 개선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계속운전 허가를 받고 올해 11월까지 전력을 생산할 예정이었지만 2018년 경제성 조작 끝에 조기 폐쇄 결정이 내려졌다. 2018년 6월 15일 한수원은 이사회에서 조기 폐쇄를 의결했고 곧바로 가동이 중단됐다. 이렇게 문을 닫은 월성 1호기 설비 투자비와 유지비 등을 정부가 보전해 달라는 것이다. 조기 폐쇄 과정에서 당시 백운규 산업부 장관, 채희봉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며 지난해 6월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6월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으로 발생한 비용 손실을 전력기금으로 보전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11월엔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월성 1호기와 경북 영덕 천지 1·2호기, 강원 삼척 대진 1·2호기 등 신규 원전 4기를 비용 보전 대상 사업으로 결정했다. 3~4년 이상 수익을 낼 ‘멀쩡한’ 원전을 멈추고, 각종 인허가와 부지 조성 등에 자금을 투입한 신규 원전을 짓지 않기로 했으니 그에 따라 한수원이 입은 손실을 사실상 세금으로 보전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기 소비자가 전기 요금에 3.7%씩 붙여 내는 부담금이다. 전력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기반 조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려고 2001년 설치돼 22년째 운용 중이다.
구체적인 비용 보전 범위와 액수는 산업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법률·회계·학계 인사가 참여하는 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부안을 확정하고, 국회 예산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하지만 한수원이 신청한 7300억원을 모두 돌려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과 관련해 핵심 관계자들이 기소돼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비용 보전 원칙 가운데 하나인 ‘적법·정당하게 지출한 비용’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국내 전력 산업 기반을 망가뜨린 대표적인 사건인데 이에 대한 한수원의 손해를 해당 기금으로 메워준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