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들은 올겨울 최악의 에너지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시(戰時) 동원체제 같은 에너지 절약 대책을 내놓고 있다. 주요 건물 조명을 끄거나 난방 온도를 제한하는 것은 물론, 일부 유럽 국가에선 수영장 온도를 낮추고 샤워 시간 제한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
19일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독일은 지난 1일부터 공공건물 난방을 섭씨 19도 이상 올릴 수 없고, 광고판 조명도 시간 제한을 두도록 했다. 6개월 동안 시행되는 규정으로 시청 건물에서부터 철도 승객 대기실에 이르는 각종 공공건물의 난방 온도가 19도로 제한된다. 건물 복도와 로비, 입구 통로의 난방기는 모두 꺼야 한다. 미관상의 이유로 건물 외관이나 기념물에 불을 밝히는 것도 금지된다. 일부 도시에서는 특정 시간대에 샤워가 금지됐고, 공공 수영장에서 따뜻한 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곳도 있다. 독일은 또 가스로 난방하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매년 의무적으로 검사하도록 법규를 추가로 제정할 계획이다.
프랑스 에펠탑 등 주요 건축물도 이달 말부터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조명을 끄는 조기 소등에 들어간다. 스페인 역시 공공기관과 쇼핑몰, 기차역, 영화관 등에서 난방 온도를 19도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또 오는 9월 말까지 난방 시설이 있는 모든 건물에 대해선 자동문 닫힘 장치 설치를 의무화했고, 대기업은 재택근무를 권장하기로 했다.
‘사우나’의 나라 핀란드는 다음 달부터 사우나를 1주일에 한 번만 하자는 에너지 절약캠페인을 펼치기로 했다. 또 샤워는 5분 이내로, 자동차 속도를 낮춰 휘발유 절약하기 등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핀란드에서 전국 단위 에너지 절약 캠페인이 펼쳐진 것은 1970년 석유 파동 이후 52년 만이다. 네덜란드도 ‘샤워는 5분 이하’ 캠페인과 함께 실내에서 점퍼·양말·슬리퍼 등을 착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주택 면적에 따라 전기·가스 사용 한도를 설정하고 기준치를 넘으면 범칙금을 부과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