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해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연료비 부담이 더욱 커짐에 따라 정부가 제도 개편을 통한 공공요금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19일 서울 시내 주택가의 가스 계량기 모습./연합뉴스

한국전력이 올해 30조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선 4분기(10~12월) 전기 요금을 지금보다 200%가량 올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3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영업적자를 없애기 위해선 다음 달 1일부터 적용하는 4분기 전기 요금을 현재 kWh(킬로와트시)당 120~130원에서 261원 더 올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월평균 전력사용량(307kWh)을 쓰는 가구 기준으로는 5만원 수준인 전기 요금을 9만원 정도 더 내야 하는 인상률이다.

한전은 하나증권이 지난달 전망한 올 영업적자 35조4000억원을 가정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최근 3개월 증권사들이 전망한 한전의 올 영업적자 평균은 28조8000억원 수준이지만, 이달 들어 전력 도매 가격(SMP)이 kWh당 230원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연간 적자 규모는 3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전은 석유·가스·석탄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 1분기에만 영업적자가 7조8000억원에 달했다. 전력 비수기인 2분기에는 적자 규모가 6조5000억원으로 다소 줄었지만, 3분기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달 전기 요금이 예정된 kWh당 4.9원만 오르면 4분기 적자 규모는 12조100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력 업계에 따르면 6~8월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연료비 조정단가 상승 요인은 50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다만 이미 연간 한도인 5원을 지난 3분기 모두 인상한 상황이라 추가 인상을 위해선 전기위원회를 열어 규정을 바꿔야 한다.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는 규정 개정을 통해 연료비 조정단가를 인상하거나 기준연료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한전은 지난 4월 kWh당 6.9원 올린 데 이어 7월에는 5원 인상했다. 앞서 작년 4분기 3원 인상 전까지 2013년 11월 이후 약 8년 동안 전기 요금 인상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