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KINTEX) 제2전시장에 마련된 KAI(한국항공우주산업) 부스에 소형무장헬기(LAH) 실물이 전시됐다. 육군의 노후 헬기를 대체하려고 개발 중인 국산 헬기다. 공대지유도탄을 비롯해 20mm 터릿건과 70mm 로켓탄이 장착된 이 헬기를 보려고 KAI 전시 부스에는 종일 관람객이 몰렸다. 대당 가격이 200억원대인 이 헬기는 올 연말 개발 완료된다. 양정무 KAI 회전익사업1팀장은 “2006년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의 국산화율은 미미한 수준이었는데 LAH의 국산화율은 50%대까지 올라왔다”면서 “국산 부품·소재 업체의 기술 수준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부터 닷새간 열리는 ‘대한민국방위산업전 2022(DX KOREA 2022)’는 소재·부품 단계의 뿌리 기술까지 국산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우리 방위산업의 발전상을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이다. 뿌리 기술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개인화기뿐 아니라 자주포·장갑차·전투기·구축함을 포함해 전방위적인 무기 체계가 국산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한 부품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외국 업체들이 방산 부품을 지나치게 비싸게 팔아도 우리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부품을 구입해야 했다”면서 “그러나 군과 방산 업계가 지속적으로 국산화를 추진한 덕분에 뿌리 기술도 단단하게 다져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방산 수출액은 2017년 31억2000만달러(약 4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72억5000만달러(약 10조1000억원)로 급증했다.
◇방산 소재·부품 국산화 착착
대한민국방위산업전은 육군협회가 2014년부터 2년마다 열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지상 분야 방산 전시회다. 특히 올해는 K방산 수출 소식이 잇따르는 가운데, 50여 국 군 관계자와 국내외 350여 방산 기업이 참가해 역대 최대, 아시아 최대 규모 국제 방산 전시회로 발돋움했다. 전시장 곳곳엔 해외 수출에 성공한 첨단 무기들이 등장했다.
한화시스템은 중거리와 장거리 지대공 유도 무기 체계 다기능레이다, 장사정포 요격 체계용 다표적 동시 교전 다기능레이다 모형을 전시했다. 중거리 지대공 유도 무기 체계 다기능레이다는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와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은 제품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이 제품은 국산화율이 95%에 달한다”면서 “국내 업체들이 개발 중인 부품(송수신 모듈)을 사용한 덕분에 신속하게 제품 개발이 가능했고 가격 경쟁력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LIG넥스원도 이날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100% 국산화가 완료된 전자전 장비를 전시했다.
이 대형 방산 업체들이 만드는 제품의 국산화율이 올라간 것은 부품·소재 업체들의 기술 경쟁력이 높아진 덕분이다. 전투기·전차·레이더·미사일 같은 방산 장비들에 들어가는 전원 공급 장치를 만드는 동아일렉콤이 국산화에 성공한 사례다. 최승한 동아일렉콤 부장은 “기존에는 외국 업체들이 만든 부품에 맞춰서 무기를 개발해야 했지만 이제는 미리 무기를 설계하고 국내 업체들이 맞춤형으로 부품을 공급한다”면서 “외국 부품이 고장나면 1년 넘게 기다리는 일도 많았는데 부품 국산화 덕분에 수리는 빨라졌고, 부품 가격은 낮아졌다”고 말했다.
◇로봇·드론·수소 전술차… 차세대 방산 기술 선보여
이번 전시회에선 미래 전장의 주역이 될 첨단 방산 제품도 대거 선보였다. 대한항공은 무인 편대기, 수직 이착륙 무인기, 하이브리드 드론을 전시했다. 야외 전시장을 활용해 동체 길이 13m, 날개 길이 25m 크기의 고성능 전략 무인 항공기인 중고도 무인기 실물도 선보였다. LIG넥스원은 40kg급 수송 드론을 전시했다. 정보라 LIG넥스원 선임연구원은 “군수 물자나 구호 물품을 40kg까지 수송할 수 있는 드론”이라며 “내년 말 개발 완료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가 내놓은 길이 22cm의 초소형 스마트탄도 눈길을 끌었다. 전투 요원의 팔에 장착해 발사하는 무기다. 스타트업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는 군용 4족 보행 로봇을 시연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스웨덴 방산 기업 사브 전시 부스에서 만난 카짐 레드조빅 본부장은 “현재 미국 보잉이 한국의 조기경보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사브가 함께 경쟁을 하고 있다”면서 “국방 예산이 계속 증가하고 방산 업체의 기술 수준도 높아지고 있는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이자 파트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