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영국에 본사가 있는 세계적 반도체 팹리스(설계) 기업 ARM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21일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ARM 경영진을 만났느냐”는 질문에 “ARM 경영진을 만나지 않았다”면서도 “다음 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서울로 온다. 아마 그때 무슨 제안을 하실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AP 설계 분야에서 핵심 기술을 보유한 업체로, 소프트뱅크가 모기업이다. 이 부회장이 손 회장을 만나 이 문제를 이야기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힘에 따라, 양측의 논의가 상당 부분 진행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소프트뱅크는 2020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ARM을 매각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당시 거론된 인수 가격은 400억달러(약 55조8000억원)에 이른다.

ARM 인수는 규모도 클 뿐만 아니라 독과점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삼성전자를 축으로 한 공동 인수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엔비디아 인수가 무산된 것도 독과점을 우려한 주요국의 반대 때문이었다. 삼성전자 역시 메모리 반도체 1위, 파운드리 2위의 시장 지위를 고려할 때 독과점 문턱을 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도 올해 초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시장 조사 업체인 엔드포인트테크놀로지어소시에이츠는 지난달 30일 이 부회장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를 만났을 때 ARM 공동 투자에 대해 논의했을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또 연내 회장 승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한 채 “회사가 잘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인 11월 1일 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