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9년 국내 기업 총수들과의 만찬 회동이 열린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은 22일 “자회사인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과 관련해 한국 삼성전자와 전략적 제휴에 대해 협의한다”고 밝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이같이 보도하며 “소프트뱅크그룹은 글로벌 하이테크 주가 하락으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어 투자를 엄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3년만에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와 ARM 전략적 제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밝혔다”며 “손 회장이 직접 방한해 제휴를 성사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ARM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퀄컴, 인텔 등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에게 설계도를 제공해 수입을 올리고 있다. 전세계 스마트폰의 약 90%에 ARM 설계 반도체가 사용되는 등 글로벌 테크업계에서는 존재감이 큰 회사다. 소프트뱅크 그룹은 2020년 미국 반도체회사 엔비디아에 ARM을 매각하려다 독과점 규정에 제동이 걸렸다. 이후 올해 내에 ARM을 상장시킨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글로벌 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이마저도 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손정의 다음달 3년만에 한국 찾아

한편, 21일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ARM 경영진을 만났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ARM 경영진을 만나지 않았다”면서도 “다음 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서울로 온다. 아마 그때 무슨 제안을 하실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일본어가 능통한 이 부회장은 손 회장과 반도체는 물론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에 대해 협력방안을 공유하는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2013년과 2014년, 2019년 각각 한국을 찾을 때마다 빼놓지 않고 이 부회장을 만났다. 손 회장과 이 부회장은 공식 회동을 포함해 사적으로도 수 차례 만나 삼성전자와 소프트뱅크의 사업 협력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손 회장이 국내 재계 총수들과 만찬 회동을 할 당시에는 손 회장과 이 부회장이 먼저 시내 모처에서 만나 승용차로 함께 만찬장으로 이동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독과점 규제와 기존 거래선과의 이해 충돌 등으로 ARM을 인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ARM 설계를 계속 활용하는 만큼 전략적으로 일부 지분 투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