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은 22일(현지 시각) 캐나다 광산업체 일렉트라·아발론·스노우레이크와 배터리 핵심 원료인 황산코발트와 수산화리튬 공급 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일렉트라로부터는 내년부터 3년간 황산코발트 7000t, 아발론과 스노우레이크로부터는 2025년부터 수산화리튬 총 25만5000t을 공급받는다.
앞서 지난 20일(현지 시각)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 뉴욕에서 하카인데 히칠레마 잠비아 대통령을 만나 배터리 음극재에 쓰이는 동박 공급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이날 “세계 1위 동박 제조 업체 SK넥실리스를 두고 있는 SK그룹에 잠비아의 구리 광산은 흥미로운 기회”라고 말했다. 중부 아프리카에 위치한 잠비아는 구리 채굴량 세계 7위 국가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시행하며 전기차·배터리의 북미 현지 생산과 함께 중국산 광물·소재 배제에 나서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을 대체할 공급망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미 지역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고 있는 배터리 기업들이 80%가 넘는 중국 소재 의존도 낮추기에 나선 것이다.
◇캐나다·호주·인니 이어 아프리카 자원부국에도 러브콜
K배터리 업체들이 주목하는 곳은 캐나다다. 캐나다는 리튬과 코발트 매장량이 풍부한 데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어 배터리 제조 기지로서 최적의 입지를 갖췄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동차 기업 스텔란티스와 온타리오주 윈저시에 총 4조8000억 원을 투자해 2024년 양산을 목표로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기로 했다. 포스코케미칼도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을 통해 캐나다 퀘벡주에서 연 3만t 규모의 양극재를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SDI도 최근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로부터 배터리 공장 설립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배터리 업계는 공장 건립 외에도 세계 각지로 소재 공급망을 넓히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3월 리튬 확보를 위해 아르헨티나 염호에 40억달러(약 5조64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LG엔솔은 캐나다 업체들과 협약에 앞서 지난 6월에는 미국 컴파스미네랄과 대규모 탄산·수산화리튬 공급계약을 맺었다. 또 니켈 매장량 세계 1위인 인도네시아에서는 LG화학·LX인터내셔널·포스코홀딩스와 함께 150억달러(약 21조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현지에서 전기차와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 배터리 핵심 광물을 북미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아야 한다”며 “중국 비중이 큰 국내 기업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차전지 부품의 대(對)중국 의존도는 음극재 85.3%, 양극재 72.5%에 이른다. 광물·소재의 경우 코발트는 81%, 천연 흑연은 89.6%, 수산화리튬은 84.4%에 달했다.
◇현지 사정 밝고, 언어 통하는 ‘글로벌 인재’ 찾아 ‘통상 리스크’ 대비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글로벌 소재 확보에 나서면서 해외 국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재 선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이 그동안 이공계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채용해온 것을 감안하면 큰 변화다.
포스코케미칼이 올해 하반기 처음으로 실시하는 ‘글로벌 통섭 인재 채용’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전형은 인문·사회 전공자를 엔지니어로 선발하는 것이다. 해외 진출국에 대한 문화·지정학적 이해도, 언어 능력 등 인문학적 소양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현지 산업정책의 변화나 동향을 미리 파악하고 감지하는 것이 기술력만큼이나 중요해졌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글로벌 배터리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내년부터 해외 인재 채용 프로그램인 BC(Business & Campus)투어를 추진한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뉴욕과 LA 등에서 개최해 언어에 능통하고 현지 사정에 밝은 인재를 채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