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기업 LIG넥스원은 다음 달 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서울 사무실을 옮긴다. 최근 인력을 대규모로 확충하면서 서울 서초구 사무실과 경기 판교의 R&D센터 공간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LIG넥스원은 올해 전 직원의 17%에 해당하는 650여명을 새로 뽑았다. 470명가량은 이미 입사했고, 180명은 다음 달 입사한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하반기 공채도 있어 직원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력이 한꺼번에 늘다 보니 임차료가 비싸더라도 넓은 공간을 찾아 입주하게 됐다”고 했다.

유럽·중동에서 잇따라 대형 수주를 한 한국 방산업체들이 대규모 채용에 나서고 있다. 최근 해외 수출 계약을 잇따라 따내면서 회사가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로템과 한화디펜스는 폴란드 군비청과 ‘K2 흑표 전차’ ‘K-9 자주포’ 수출을 위한 57억6000만달러(약 8조2472억원) 규모의 1차 계약을 체결했다. LIG넥스원은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와 천궁-Ⅱ 중거리 지대공 요격미사일 수출 계약을 맺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방위산업 수출은 100억달러(약 14조3200억원)를 돌파해 지난해 최고 기록(70억달러)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20일 경기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진행된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시회' 사전 행사에 참여한 국내외 귀빈들이 'K9 자주포'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최근 잇따라 대형 수주를 한 국내 방산업체들이 대규모 채용에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전 사원 20% 새로 채용

현대로템은 올해 이미 250명을 채용한 데 이어 이달 세 자릿수 규모의 신입·경력직 특별 채용을 진행 중이다. 폴란드 등 해외 국가와 수출 계약을 위해 모집 분야도 폴란드어 번역, 노르웨이 전차 사업, 해외 영업, 폴란드 긴급 구매 사업 등 해외 무기 계약 협상에 중점을 뒀다. 첨단 방위 시스템 기업인 한화시스템은 올해만 전 직원(작년 말 기준 3947명)의 20%에 해당하는 800여 명을 채용했다. 장갑차와 기동 무기를 생산하는 한화디펜스 역시 올해 전 직원의 9%에 해당하는 150여 명을 신입·경력직으로 뽑았다.

이뿐이 아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있는 경남 사천시는 이달 최초로 ‘항공 특화 채용 박람회’를 열었다. 작년까지 서부 경남 8개 시군이 공동으로 ‘경남 서부권 채용 박람회’를 개최해왔지만, FA-50 등 국산 항공기의 해외 수출이 늘어 KAI 협력 업체 인력이 부족해지자 사천시가 항공 분야만 특화해 박람회를 연 것이다. 박람회를 통해 구직자 140여 명이 KAI의 협력 업체에 입사할 전망이다. KAI는 이와는 별개로 올해 하반기 세 자릿수 규모의 수시 채용을 계획 중이다. KAI 관계자는 “필요한 인력을 계속 뽑아갈 예정”이라며 “전투기 생산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산업의 고용 창출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방산업체들이 한꺼번에 대규모 인력 채용에 나서다 보니 업체 간 인력 쟁탈전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R&D 인력이 특히 중요하다 보니, 우수 연구원들을 확보하기 위해 업체마다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연구원들이 있는 R&D센터를 수도권에 만들고 사무 환경을 개선하고 복리후생을 강화하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공장 설비도 확충… “방산업계 호황 지속할 것”

방산업체들과 협력 업체들은 앞으로 수주 물량이 급증할 것에 대비해 공장 설비도 확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구미 사업장 부지에 신규 투자를 진행 중이고, LIG넥스원도 구미 공장 부지와 설비 확대를 위한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방산 기업이 입주해있는 지역에서도 방위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창원시는 지난달 지역 내 방산업체인 한화디펜스, 현대로템과 창원방위산업중소기업협의회, 창원산업진흥원과 ‘지역 방산기업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방산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충남 논산시도 최근 지역 내 방산업체와 1200억 규모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국내외 경기 침체 우려에도 방산업계의 호황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데다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방산 분야에 대한 세계 각국의 투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방산업체들은 기술력과 가격 측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