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외판·가전제품용 냉연강판을 가공·판매하는 대한오케이스틸의 김연선(62) 사장은 금녀(禁女)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철강 업계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여상(女商)을 나와 1979년 경리 사원으로 철강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43년째다. 최근 충남 당진 대한오케이스틸 공장에서 만난 그는 “출산 하루 전날까지도 임부복 여기저기가 찢어지도록 공장 코일 더미들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고 말했다.
◇43년 철강 외길… “남편 박종구 대한철강 회장 신뢰 덕”
김 대표가 철강 업계 여걸의 삶을 시작한 것은 남편 박종구(64) 대한철강 회장을 만나면서부터다. 대한철강은 현대제철에서 코일을 납품받아 가공 판매하는 회사였다. 철강 회사 경리 시절 상사 소개로 만나 박 회장과 결혼한 김 대표는 이후 대한철강의 재경 업무를 맡아 회사 살림살이를 책임졌다. 특히 2006년 대한철강이 경기도 광주 공장 건설을 추진할 때는 건강 악화로 고생하던 남편을 대신해 시청과 은행, 경찰서를 뛰어다니며 업무를 도맡아 처리했다.
김 대표가 경영자로서 홀로 선 것은 2007년이었다. 현대제철 지정 판매점이라는 대한철강의 한계를 넘어 사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 새로운 회사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대한오케이스틸을 세우고, 김 대표가 경영을 맡았다. 그는 “나는 이름만 올려놓은 것일 뿐 진짜 경영자는 남편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남편의 믿음 속에 이 회사는 내가 직접 키워왔다”고 말했다. 그는 “사명의 ‘오케이’처럼 어려움이 있어도 좌절하지 않고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도전한다”며 “공장 증설을 위한 은행 대출이 막힌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기죽지 않는 모습을 보고 같은 은행의 다른 관계자가 대출을 해줬다”며 웃었다.
대한오케이스틸은 KG스틸, 동국제강 등으로부터 공급받은 철강류를 가공해 가전·자동차 등 400여 거래처에 납품한다. 연평균 20%씩 성장해 설립 15년 차인 작년 연매출 750억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매출 9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기술·친환경 소재 직접 개발
평생 파트너인 김 대표와 남편 박 회장은 연구 개발만큼은 공동으로 한다. 2019년 대한철강과 대한오케이스틸이 함께 기업부설연구실을 설립하고, 철강 가공과 관련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세밀한 공정이 가능한 초고장력강 가공용 특수설비를 개발했고 철강금속공정 기계기술과 함께 친환경 신소재 개발에도 착수했다.
김 대표는 경기 불황으로 산업 전반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경기 광주, 충남 당진 1·2공장에 이어 올해 김해에 네 번째 공장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김해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 대한오케이스틸은 연매출 1500억원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무한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단순 임가공 제조업을 하는 것을 넘어 기술 경쟁력과 고부가 가치 신소재를 확보한 독보적 회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수입 원자재 값 상승이나 경기 침체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기술 개발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