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 1일 방한했다. 이번 방한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통해 이미 예고된 것으로,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반도체 설계회사 영국 ARM에 대해 두 사람이 어떤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 분야에서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소프트뱅크는 2020년 미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에 400억달러(약 57조6000억원)에 매각한다고 발표했지만,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올 초 결국 무산됐다.
IT 업계에서는 세계 메모리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2위인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하거나 대규모 지분투자를 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이 경우 거센 독과점 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재계 고위 인사는 “두 사람이 만나봐야 알겠지만 언론들이 추측하는 것처럼 뭔가 의미 있는 큰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소프트뱅크가 삼성전자에 ARM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와 관련한 협력을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소프트뱅크는 ARM 매각 무산 이후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RM은 손 회장의 이번 방한에 앞서, IPO(기업공개) 전문가인 제이슨 차일드씨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했다. 그는 30년 넘게 재무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로 쿠팡 이사와 감사위원을 지냈다.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는 “상장 기업에서 재무 관리와 IPO 실행에 대한 차일드 CFO의 광범위한 경험은 상장을 준비하는 데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