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이 치솟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 급증으로 리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지난 17일 중국산 탄산리튬 가격은 t당 52만5500위안(약 1억300만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만 해도 t당 4만8500위안이었는데, 2년도 안 돼 10배 이상 폭등한 것이다. ‘하얀 석유’라 부르는 리튬은 배터리 생산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양극재의 핵심 광물이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2025년이면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 세계 리튬 수요는 2025년 104만3000t, 2030년 273만9000t으로 올해(52만9000t)보다 각각 2배, 5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 IRA 시행에 따른 공급망 다변화도 리튬 가격 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내년부터 미국에서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선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생산한 핵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해야 한다. 이 비율은 2023년 40%로 시작해 2027년 80%로 높아진다. 글로벌 리튬 생산이 중국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중국 이외 공급망을 찾으려는 수요 증가로 국제 리튬 가격이 더 뛰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도 올 들어 8월까지 수산화리튬 21억2055만달러(약 3조원)어치를 수입했는데, 이 가운데 84.6%가 중국산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공급망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 광물 업체 2곳과 수산화리튬 각각 5만5000t, 20만t을 공급받는 업무 협약을 맺었다. SK온은 호주에서 리튬 광산 2곳을 개발하는 ‘글로벌 리튬’과 협약을 맺고 장기 공급과 광산 지분 투자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애초 내년에 투자할 예정이었던 아르헨티나 염수 리튬 2단계 프로젝트를 앞당겨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