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냉연 1·2공장은 지난 12일부터 2주간 휴업 중이다. 노조가 최근 제철소 안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게릴라 파업을 벌이면서 냉연 공정에 필요한 열연 소재 확보가 어려워졌고, 그 여파로 냉연 공장을 셧다운한 것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아직은 재고가 있어서 당장은 납품에 차질이 없지만 사태가 길어지면 자동차·가전처럼 냉연으로 만드는 각종 물품 생산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삼호중공업에서 농성과 장기 점거, 작업 거부가 잇따랐던 조선업계도 파업 조짐이 불거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이달 말 파업 찬반 투표를 하고, 한화에 매각되는 대우조선해양도 노조가 매각 대응 결의 대회를 열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선·철강업계가 1년 내내 파업에 시달리고 있다.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가 임금 인상이나 근로 조건 개선을 요구하면서 수시로 파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파업의 일상화로 생산 차질도 거의 매달 발생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노조 각 지회가 사 측에 공동 교섭을 요구하는 일도 늘고 있다”며 “경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까지 겹쳐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업으로 당진제철소 냉연 공정 올스톱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현대제철 정규직 노조는 임금 협상과 특별격려금 지급을 주장하면서 지난달 24일부터 당진제철소에서 게릴라식 파업을 하고 있다. 노조는 올해 현대제철 지회 4곳(당진·인천·포항·당진하이스코)의 공동 교섭을 요구하면서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또한 올해 초 현대차그룹 일부 계열사가 지급한 특별격려금 400만원을 똑같이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공장별로 통상임금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공동 교섭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노사가 통상임금에 상여금 반영 여부를 두고 소송을 벌였지만 공장 5곳 중 4곳에서만 별도 협의를 마쳐 소송을 끝낸 상태다. 당진 공장은 노조 투표에서 통상임금 합의가 부결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회사와 노조가 워낙 팽팽하게 대립해 이번 파업 사태가 단기간에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에서도 파업이 임박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임단협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24~26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한다. 이번 투표에는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노조가 모두 참여한다. 사 측에 조선 3사 공동 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이들은 조직력을 키워 사 측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는 기본급 14만2300원 인상, 치과 보철료 연간 100만원 지원, 노동이사제 조합 추천권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서도 한화의 경영권 인수에 대응하려 노조가 매각 대응 결의 대회를 열면서 압박 강도를 높이는 상황이다.
◇파업 일상화에 시달리는 조선·철강
재계에선 “조선·철강업계가 사실상 1년 내내 파업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말이 나온다. 올 상반기에도 현대중공업 노조가 임협 과정에서 울산조선소 내 도로에 농성 천막을 설치해 물류를 방해했고, 대우조선해양에서는 하청 지회가 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을 51일간 무단 점거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현대삼호중공업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집단 작업 거부를 했었다.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철강에서 벌어지는 잦은 파업은 산업계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 실제 현대제철이 2주간 냉연 공정을 전면 중단하면서 이 기간 예정됐던 10만~14만t에 달하는 냉연 제품을 생산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지난달 초 태풍으로 포항제철소가 침수돼 냉연 생산에 차질이 생긴 상황에서 현대제철에서도 냉연 생산이 중단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철강 산업의 경우 후방 산업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파급력이 상당하다”면서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데 노조가 과도한 요구를 하며 파업하면 국내 산업계 전반에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