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의 한 철강 업체 대표 A씨는 “해가 바뀌는 게 두렵다”고 했다. 올 연말 폐지되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때문이다. 주 60시간까지 연장 근로를 허용하는 이 제도가 없어지면 30인 미만 영세 중소기업들도 예외 없이 주 52시간을 지켜야 한다. A씨는 “최근 발주량이 조금씩 늘어나는데 인력난은 여전히 심각하다”며 “추가연장근로를 할 수 없게 되면 도저히 납기를 맞출 수 없고 연장 수당이 줄어든 근로자들마저 회사를 떠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영남권의 한 자동차 부품 업체 관계자도 “인력 수혈이 힘든 상황에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까지 없어지면 주문의 70% 정도밖에 소화하지 못한다”며 “제도가 올해 말 폐지되면 경영 상황이 더 나빠질 텐데 대책이 없어 막막하다”고 했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이 연말로 다가오면서, 중소기업·벤처기업·소상공인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이 제도는 2018년 주 52시간 근무 도입 당시 영세 사업자들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3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노사 합의하에 1주일 60시간까지 연장 근무를 허용하는 제도다. 중소기업중앙회·벤처기업협회·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8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폐지될 경우 충격이 너무 크다”며 “이 제도가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호소하고 나섰다.

◇중기·벤처·소상공인 모두 아우성… 주52시간 마지노선 없어져

중소기업·벤처기업·소상공인들은 이 제도가 없어지면 업종·규모를 가리지 않는 주52시간 제도의 부작용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가 급감해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연장 근로마저 할 수 없으면 아예 납기를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30인 미만 소규모 기업들은 지난해 7월 5~49인 규모의 중소기업에도 주 52시간 제도가 확대 적용되면서 거의 예외 없이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일 발표한 추가연장근로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30인 미만 400개 기업의 91%가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에 의존하고 있다”고 답했고, 75.5%는 “일몰이 도래하면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응답했다.

벤처·스타트업과 소상공인 업계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적은 인력으로 연구·개발부터 제작과 판로 개척까지 모두 수행해야 하는 스타트업들이 주52시간 제도를 준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조사 결과 30인 미만 벤처기업 중 89.1%가 이 제도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안산에서 고깃집을 하는 정동관(63)씨는 “주방·홀 직원 4명이 주 5일간 매일 12시간씩 일하고 있는데,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폐지되면 하루 4시간을 일하는 직원을 또 뽑아야 한다”며 “한 달 250만원 선이던 직원 인건비가 300만원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추가로 사람을 더 고용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제도 존속은 법 개정 필요… “연장 근로 요건 완화해야”

추가 연장 근로를 못 할 경우 당장 소득이 줄 수밖에 없는 근로자들도 불만이다. 경기도의 한 주물 업체 대표는 “연장 근로 수당은 시급의 1.5배이기 때문에 주 8시간 연장 근로를 못 하게 되면 월급만 60만원가량 줄어든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소기업 근로자의 1달 평균 월급은 259만원이다. 양옥석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열처리, 주물 같은 뿌리 기업들은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연장 근로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던 근로자들이 연장 근로를 못 하게 되면 배달 등 다른 업계로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황경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제도혁신실장은 “제도를 존속시키려면 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연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법 개정 전까지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연장 근로를 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제도’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직원 수 30명 미만 업체에 한해 노사가 합의한 경우 주 52시간에 더해 1주일 8시간의 연장 근무를 허용하는 제도. 2018년 주 52시간제를 도입할 당시 영세 사업자들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올해 12월 31일이 지나면 일몰제에 따라 자동으로 폐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