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삼성전자 회장이 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고, 이 회장은 별도의 취임식없이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날 이사회는 3분기 경영실적을 보고받는 자리지만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안건도 함께 논의한 것이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회장승진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지난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2주기(25일)에 일부 사장단만 참석한 지난해와 달리 원로 경영진을 포함한 전·현직 사장단 300여명을 초청해,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설에 더욱 힘이 실렸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재용 회장 승진 안건은 사외이사인 김한조 이사회 의장이 발의했으며, 이사회 논의를 거쳐 의결됐다. 이재용 신임 회장은 별도의 행사 또는 취임사 발표 없이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확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이달초 발표한 3분기 잠정 실적에서 전년 동기대비 영업이익이 31.7%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줄줄이 ‘수직낙하’를 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이사회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 부회장 주변에서는 회장 승진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했다. 전직 삼성 고위 임원은 “이 부회장이 지금 회장이 되는 것은 본인의 권리가 아니라 책임이자 의무”라며 “미·중 반도체 경제 전쟁 와중에 삼성전자 경영상황은 날로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책임감을 갖고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 부회장(54)보다 젊은 정의선(52) 현대차 회장, 구광모(44) LG회장도 이미 회장 직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