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나오는 그랜저의 완전 변경 모델 7세대 신형 그랜저 주문량이 국내에서만 약 8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출시를 앞둔 현대차는 공식적인 예약을 받은 적이 없는데도 8만명의 고객들이 신형 그랜저를 계약해 놓고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사전 계약 최대 기록을 썼던 아이오닉6 계약 건수(4만7000대)의 2배 가까운 규모로, 그랜저의 전작 모델이 2019년 출시 당시 기록한 사전 계약 대수 3만2000대를 압도한다. 현대차는 출시도 하기 전에 주문이 밀려들자 사전 계약 없이 이달 중순 공식 판매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출시 전 8만대 계약은 엄청난 숫자”라며 “신형 그랜저가 금리 급등과 경기 침체로 인한 자동차 수요 둔화 우려에서 벗어난 것은 뛰어난 가성비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가성비 끝판왕’… 대체 불가 ‘국민차’
그랜저는 국내에서 기아 카니발과 함께 ‘경쟁 모델이 없는 가성비 갑’으로 꼽히는 대표 모델이다. 그랜저는 기존 모델 기준으로도 실내 공간이 넉넉한 것으로 인정을 받아왔다. 제네시스 준대형 세단 G80보다 뒷좌석이 더 넓다. 주행 성능과 승차감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연비가 최대 16.2km/L인 하이브리드 모델 선택도 가능하다.
최대 강점은 가격이다. 기존 그랜저의 경우 시작 가격은 3300만원대로, 3500만~3800만원이면 우수한 사양을 가진 모델을 살 수 있었다. 그랜저보다 공간이 좁은 수입 브랜드의 대표 중형 세단들 가격이 6000만~70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반값 수준이다. 신형 그랜저는 시작 가격이 3500만원대, 중급 사양 모델은 4000만원 안팎으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작에 비해 올랐지만 최근 가파른 물가 상승률에 비하면 소비자들이 감수할 만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신형 그랜저는 현대차가 개발한 최신 첨단 사양이 대거 채택됐다. 현대차 브랜드 최초로 지문 인증으로 시동을 걸고 차량 내 간편 결제를 할 수 있는 기능이 적용됐다. 뒷좌석 등받이 조절과 전동식 커튼도 선택할 수 있다. 현대차는 또 신형 그랜저를 개발할 때 ‘정숙성’과 ‘승차감’을 가장 중요하게 두고 현대차 최신 소음·진동·불쾌감 저감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형 그랜저는 역대 최초로 강력한 파워를 내는 ‘4륜 구동’ 사양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디자인 면에서는 1986년 출시한 원조 그랜저(일명 각그랜저)를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레트로(복고) 감성과 웅장함이 강조됐다. 디자인은 개인마다 호불호가 갈리지만 디자인이 만족스럽지 못해도 이를 상쇄할 만큼 가성비와 실용성이 좋다는 평가다.
◇지금 주문하면 1년 내에는 받는다
현대차는 막대한 신형 그랜저 사전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아산공장 그랜저 생산을 최대로 늘려, 고객 인도를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아산공장은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데 그랜저는 최대 15만대 생산이 가능하다. 관건은 부품 수급이다. 현대차는 지난 2020년 그랜저를 14만9000대까지 생산했지만, 반도체 부족난이 심했던 지난해엔 9만1000대 생산에 그쳤다.
올해 반도체 수급난이 완화되고는 있지만 공급망 혼란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7~10개월은 기다려야 차를 인도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통상적으로 대기 기간이 가솔린 2.5 모델(약 7개월)보다 3개월가량 더 길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내년에는 디젤 엔진 생산을 크게 축소하는 대신 하이브리드 엔진 생산을 늘릴 계획”이라며 “대기 기간이 기존보다는 단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