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를 아끼고 제대로 쓰는 ‘에너지 효율화’를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첫 번째 연료(the First Fuel)’라 정의했다. 관심을 갖고 노력만 기울이면 가장 싸고, 가장 친환경인 에너지원이라는 것이다.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진 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난방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2.11.4 /연합뉴스

에너지 효율화는 ‘에너지 트릴레마(3가지 고민)’로 불리는 에너지 안보, 친환경, 경제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유일한 에너지로 불리면서 지금과 같은 에너지 위기에서 가장 효과적인 대책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경우 연간 에너지 사용량을 1% 줄이면 에너지 수입을 13억달러(1조8500억원) 줄이는 효과가 있다. 경제성 측면에서는 전기 1kWh(킬로와트시)를 만드는 데 원전은 65원, 석탄은 91원, 태양광은 126원이 필요하다. 반면 1kWh를 절감하기 위한 에너지 효율 투자는 29원이면 충분해 ‘가장 싼 에너지’로도 꼽힌다. IEA는 “탄소 중립 실현 측면에서도 에너지 효율화는 신재생에너지나 다른 청정에너지원보다 친환경적이다”라고 했다. 에너지 공급을 무한정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발전소나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주민 반발을 원천적으로 피할 수도 있다.

IEA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스·석유·석탄 등 유럽의 러시아산(産)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효율화 방안을 내놨다. 난방과 에어컨 사용 줄이기, 재택근무, 대중교통 이용, 비행기 대신 기차 이용 등이 에너지 절약의 기본 내용이다. IEA는 유럽 가정 모두가 이를 따르면 1년에 석유 2억2000만 배럴과 천연가스 170억㎥를 줄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EU 연간 석유 수입의 25%, 천연가스 수입의 10%와 맞먹는 규모다.

원자력 발전을 제외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를 훌쩍 넘는 에너지 빈국인 우리 현실에서 에너지 효율화의 중요성은 더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전기·가스 요금을 갑자기 올리는 건 물가에 끼치는 영향 등을 고려했을 때 쉽지 않다”며 “당장 닥친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필요 없는 전등을 끄는 것과 같이 우리 일상생활부터 시작해 에너지 소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