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충남도청 청사 옆에 있는 충남문예회관 1층 공연장은 무대부터 객석까지 전부 불이 켜져 있었다. 이날 예정된 공연은 없었고, 오가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데 조명만 환했다. 도청 별관 3층은 비어 있는데도 복도 조명이 켜져 있었다. 도청 관계자는 “점심때인 12시 전체 소등을 한다”고 했지만 3~7층 사무실 70~80%가량 전등이 켜진 걸 볼 수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18일부터 올겨울 에너지 위기에 대응한다며 공공기관 에너지 절감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른바 ‘공공기관 에너지 다이어트 10′이다. 내년 3월 31일까지 중앙 행정기관과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 등 1019개 기관과 소속 산하기관이 참여하는 이 조치를 통해 공공기관 에너지 사용량을 최근 3년 평균보다 10% 이상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전력 사용이 많은 여름·겨울철 늘 하는 에너지 절감 대책이지만 올해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 탓에 시기가 당겨지고, 강도도 다소 세졌다. 난방 설비를 가동할 때 실내 평균 온도는 17℃를 넘을 수 없고, 전력 수요가 일시에 몰리는 비상 상황을 막기 위해 지역별로 난방기를 꺼야 한다. 근무시간 중에 개인 난방기를 쓸 수 없다. 하지만 일선 기관에서는 위기를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 지역의 공무원 A씨는 “개인 난방기를 쓰면 안 된다는 공지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 지침을 어기면 최대 300만원까지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처벌 규정은 있으나마나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1년 이후 공공기관이 지침을 어겨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0건이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2011년 이후 냉난방 지침을 어겨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24건인데 상가들이 문을 열고 장사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마저도 2016년 이후에는 과태료 부과 건수가 한 건도 없었다. 한국에너지공단 서울지역본부 공승현 과장은 “1년에 동절기와 하절기 총 두 번씩 공공기관들을 방문해 확인하고, 에너지 절감 조치가 안 지켜지는 곳에는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