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불황과 맞물려 해운 업황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20주 연속 하락했다. 해운 업계는 코로나 이후 해운 운임이 고공 행진을 하면서 호황을 누렸지만 최근 물동량 감소와 함께 운임이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내년 해운 운임이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도 최근 해운업 불황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면서 해운업계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면서 “해운업이 경기를 민감하게 타는 업종이라 경기 불황이 끝날 때까지 버티는 게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해운 운임 20주 연속 하락

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4일 1579.21을 기록해 전주 대비 118.44포인트 하락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올해 초(5109.6) 대비 약 70% 하락한 수치다. SCFI는 세계 15개 노선의 운임을 종합해 계산한 지수로 수치가 클수록 해운 운임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SCFI가 1600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20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SCFI는 최근 20주 연속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중동을 제외한 모든 노선에서 내렸다. 미주 서안(西岸) 노선 운임은 전주보다 11.6% 하락했고, 같은 기간 미주 동안(東岸) 노선 운임도 8% 떨어졌다. 유럽 노선 운임은 전주 대비 16.1%, 지중해 노선 운임은 5.2%, 남미 노선은 16% 하락했다.

코로나 특수를 누려왔던 해운 업계는 최근 급격한 운임 하락이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한 중형 해운업체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최근 글로벌 선사들도 선박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물동량이 줄면서 해운 운임이 급락하고 있다”며 “배는 넘치는데 실어나를 짐이 줄면서 심각한 선박 공급 과잉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일각에선 내년에는 SCFI가 800~1000선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도 해운 불황 대비 나서

해운업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운임이 하락하고 물동량도 감소하는 등 향후 해운 산업 업황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해운 시장 여건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중·장기 해운산업 경쟁력 제고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운 산업 지원을 위한 3조원 규모의 ‘경영 안전판’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엔 1조원 규모 위기대응 펀드, 중소 선사를 대상으로 하는 긴급 경영 자금이 포함됐다. 한국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해운이 책임지는 만큼 제2의 한진해운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사 상황에 맞게 맞춤형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책 발표에도 해운업계는 결국엔 믿을 것은 자구책뿐이라는 말이 나온다. 코로나 기간 벌어들인 수익을 바탕으로 불황을 견뎌내는 게 사실상 유일한 대응책이라는 것이다. 한 해운업체 임원은 “종합 물류 기업으로 변신하며 사업을 다각화해온 글로벌 선사와 달리 국내 선사들은 코로나 이전까지 10여년간 이어진 해운업 불황으로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없었다”면서 “내년부터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맞추기 위해 국내외 선사들이 선박을 교체할 텐데, 이 과정에서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총량)이 자연스레 감소하면서 해운 운임 하락세가 둔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