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칼훈 보잉 회장은 서울 한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신사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과의 협업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고운호 기자

“보잉은 지난 수십년간 항공·우주 산업에서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조만간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새로운 운송 수단을 선보일 겁니다.”

지난 3~6일 한국을 찾은 데이비드 칼훈 보잉 CEO(최고경영자·회장)는 방한 기간 본지 인터뷰에서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은 도심 지역을 비행하는 수직 이착륙 무인기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유럽·아시아 지역 항공사와 스타트업, 대기업들이 앞다퉈 UAM 개발에 나선 상황에서 공룡 보잉도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칼훈 회장의 이번 방한 목적도 신사업 투자 확대 방안과 국내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2020년 CEO에 취임한 이후 그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칼훈 회장은 이번 방한 기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과 잇따라 만나 신사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칼훈 회장은 “한국 기업들과의 사업 논의 내용을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도 “한국이 보잉의 최대 해외 시장 중 하나인 만큼 한국 기업과 협업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선 보잉과 이들 기업이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UAM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칼훈 회장은 항공·방산 분야에서도 한국과 계속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보잉은 지난해에만 한국 기업들에 4억달러(약 5500억원) 이상을 투자했고, 보잉을 통해 6700여 개 직간접 일자리가 한국에서 창출됐다”면서 “현재 50여 한국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서비스를 보잉의 생산·유지·연구개발·서비스에 직접 활용할 정도로 단단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서울 삼성동에 보잉한국기술연구센터를 설립한 것도 전자·디스플레이·네트워크·인공지능·가상현실·데이터 분석과 같은 신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기술력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칼훈 회장은 “코로나 사태로 크게 감소한 항공 여객 운송량이 2023~2024년에는 코로나 이전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2025~2026년까지 연간 매출 1000억달러(약 136조원)를 달성하기 위해 안전·품질·생산성·고객 만족과 같은 기본 가치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