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초 태풍 힌남노로 침수돼 고로까지 가동을 일시 중단한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완전 정상화는 내년 1분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태풍으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예보가 잇따랐지만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해 포항제철소가 6개월 이상 정상 가동이 불가능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민동준 연세대 교수를 단장으로 하는 ‘민관 합동 철강 수급 조사단’의 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산업부는 “지난 10일 기준 고로 등 상공정 전체와 하공정 제품 공장 18곳 중 6곳의 복구가 끝났고, 나머지 12곳 중 9곳은 연내 추가로 가동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올해 재가동이 어려운 3곳 중 STS(스테인리스스틸)1냉연 공장과 도금 공장 두 곳은 내년 1분기 재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태풍 힌남노에 따른 피해로 포스코의 매출 손실이 2조400억원가량 발생하고 포스코 납품 기업은 2500억원 정도 매출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올 3분기 매출 10조8780억원(별도 기준)을 기록한 포스코는 이번 태풍으로 3분기 매출의 약 20%에 해당하는 손실을 본다는 것이다. 당시 하천이 범람하면서 포항제철소의 전력 설비가 침수되고, 정전으로 선강(제선·제강 공정) 설비 가동이 중단되면서 공장 전체가 멈췄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국가 기간 산업으로서 예보된 큰 규모의 태풍에 더욱 철저히 대비했어야 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경영진의 공식 입장 발표도 없는 등 사후 대응 측면에도 일부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포항제철소에서만 생산하는 전기강판, 선재, STS는 수급 차질이 우려됐으나 광양제철소 전환 생산, 국내 업체 협력 생산, 수입 확대 덕분에 큰 문제는 없었다”며 “연말까지 수급 애로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번 홍수로 침수 피해를 입은 공장 가운데 1후판(선박에 사용되는 두께 6mm 이상 철판) 공장은 아직 복구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1후판 공장은 설비가 노후화돼 있어서 이번 태풍 침수와 무관하게 설비 투자 문제를 검토하고 있었다”면서 “재가동할지 아니면 아예 가동을 중단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1후판공장 생산 물량을 2·3후판공장에서도 대체 생산이 가능한 만큼, 생산 효율성을 고려해 재가동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초 조선업계에선 포항제철소 침수로 후판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했지만 포스코는 현재 복구 일정에 따르면 선박 생산에는 차질이 생기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사단은 침수 원인을 인근 하천인 냉천 범람으로 확인하고, 배수 시설 보완과 차단벽 등 구조물 설치를 제안했다. 또 이번처럼 외부에서 공급받는 전력설비가 피해를 당하는 경우를 대비해 자가발전설비를 보완하고, 재난대비·재난복구·시장보호를 포함하는 기업 활동 지속 전략 수립과 지속적인 설비투자에 나서달라고 권고했다. 지난 9월 중순 활동을 시작한 조사단은 다음 달 말까지 조사를 진행하고, 권고 내용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앞서 포항제철소 정상화 시점을 올 12월이라고 밝혔다. 산업부가 밝힌 정상화 시점과는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 관계자는 “산업부에서 밝힌 정상화는 태풍 피해를 입기 전과 완전히 동일한 제철소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면서 “반면 포스코는 국내 산업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철강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하는 시점을 12월이라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