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마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오늘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일정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산체스 총리와 면담했다. 산체스 총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날 방한 일정에 대한 소감을 올리고 이 회장과의 면담 사진을 게시했다. 이 회장과의 면담 자리에는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사장도 참석했다. 산체스 총리는 “이번 방한을 통해 경제, 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양국 관계의 개선을 이뤘다”며 “스페인과 한국은 더욱 밀접한 협업 관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산체스 총리는 이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스페인의 반도체 관련 투자 구상을 밝히고 삼성전자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120억 유로(약 17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힌 상태다. 현재 5㎚(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공정의 대규모 반도체 제조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삼성전자 등 글로벌 대기업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산체스 총리는 전날에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아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을 만난 바 있다. 산체스 총리는 평택캠퍼스 방문 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스페인은 120억 유로를 투자해 반도체 공급망의 플레이어가 되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며 협력 의지를 재차 다졌다. 업계에서는 스페인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지인 카탈루냐 지역에 삼성 반도체 공장 유치를 요청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회장은 전날인 17일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났다. 빈 살만 왕세자와 친분이 있는 이 회장이 주축이 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도 함께 만났다. 이 자리에서 빈 살만 왕세자는 2030 사우디 비전에 대해 협력을 요청했고, 대기업 오너들에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하고 싶은 사업과 그와 관련한 애로사항을 일일이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또 네옴시티 사업에 여러 기업이 적극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네옴시티는 비전2030의 핵심 프로젝트로, 공식 사업비만 5000억달러(약 671조원)에 달하는 스마트시티 사업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19년 6월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5대 그룹 총수를 만났을 때도 네옴시티 사업에 대해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또 이에 앞서 17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과 마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차담회에도 참석했다. 이 회장은 지난 6월 네덜란드를 방문해 뤼터 총리를 만나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2016년 11월에는 삼성전자에서, 2019년 2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2020년 10월과 올해 6월에는 네덜란드 ASML 본사에서, 베닝크 CEO를 만났다. 윤 대통령과 네덜란드 총리와의 차담회에는 베닝크 ASML 회장도 함께 참석했다. ASML은 반도체 노광장비 분야의 글로벌 1위 기업이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적으로 생산·공급하며 7나노미터 이하 첨단 반도체를 삼성 등이 구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회사의 장비를 구입해야 한다. ASML은 지난 16일에 ‘화성 뉴 캠퍼스’ 기공식이 열었다. ASML 노광장비를 국내에서 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재제조센터와 장비 사용자들의 숙련도를 높이기 위한 트레이닝 센터 설립한다는 차원이다. 이번 만남을 바탕으로 ASML의 반도체 장비 생산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 역시 국내에 설립될 초석이 마련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