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경기 수원시 두산로보틱스 생산공장에선 직원들이 사람 팔 같은 형태의 ‘협동로봇’을 조립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관절 부위를 하나씩 붙잡고 설계도에 따라 조립한 다음 관절 부위 6개를 연결해 하나의 팔 형태를 만들었다. 조립된 협동로봇들은 16시간에 걸친 시운전을 통과해야 한다. 다양한 각도로 움직이며 최종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완성된다. 이 공장에선 연간 2200~2300대의 협동로봇이 생산된다.
인간의 팔보다 더 자유롭게 움직이는 협동로봇은 사람과 상호작용하며 일할 수 있는 소형 로봇을 뜻한다. 최대 작동 반경 1.7m 안에서 사람의 움직임이 감지되면 스스로 팔의 힘을 풀어버리는 센서가 내장돼 있다. 대당 가격은 3000만~4000만원으로, 로봇에 따라 5~10㎏부터 20~25㎏까지 다양한 무게를 들 수 있다. 산업용 대형 로봇과 달리 부피와 무게가 작고 다양한 동작이 가능해 제조 현장뿐 아니라 카페(음료 제조), 뮤지컬·영화 촬영 현장(카메라 조작), 물류창고까지 활용도가 다양하다.
건설 기술 전문업체 빌딩포인트코리아는 최근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에 공사용 드릴과 바퀴를 결합한 타공(구멍 뚫기) 로봇을 선보였다. 태블릿으로 설정된 좌표를 입력하면 로봇이 창고 내 설치된 콘크리트 벽에 지름 15㎜, 깊이 50㎜의 구멍 여러 개를 반복적으로 뚫는다. 업체 관계자는 “사람이 두꺼운 콘크리트 벽에 공사용 드릴로 구멍을 뚫으려면 온몸 전체로 진동을 버텨야 하기 때문에 숙련된 작업자도 하루에 구멍 10여 개를 뚫는 게 고작”이라고 했다. 또 LG화학·현대자동차·샤넬·에르메스·KLM 등 국내외 여러 대기업이 두산로보틱스 로봇을 이용하고 있고, 교촌치킨이나 스타트업 로보아르떼는 치킨을 튀기는 데 협동로봇을 도입하기도 했다.
협동로봇은 두산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 중 하나다. 2018년부터 양산에 들어가 올해 기준 국내 협동로봇 시장점유율 35%로 1위, 세계 시장 5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은 7% 정도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은 국내외를 통틀어 4000여 대에 이르고, 최근 국내 판매량은 한해 1500대에 이른다. 두산로보틱스는 내년까지 업계 최다인 11종의 협동로봇 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다.
2018년 99억원이던 두산로보틱스 매출은 지난해 370억원까지 늘었고 올해는 500억~600억원으로 예상된다. 두산로보틱스는 현재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로봇 생산을 완전 자동화하고 생산량을 늘려 내년에는 연간 1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팔 형태의 협동로봇을 이동체·카메라 등과 결합한 설루션도 직접 개발해 본격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사람의 노동력이 투입되는 모든 곳에 두산로보틱스 로봇이 쓰이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2~3년 내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제조업 및 서비스 협동로봇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 주자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