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는 조합비는 받아가면서 비정규직 노조나 (우리 같은) 복수 노조처럼 어렵게 노조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지난 6월 22일 대통령실이 있는 삼각지 인근에서 행진하고 있는 전국금속노조 조합원들./뉴스1

원형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항지부 포스코지회 지회장과 한대정 수석부지회장은 30일 본지 통화에서 금속노조에서 탈퇴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포스코지회는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금속노조 탈퇴 안건을 놓고 찬반투표를 했고, 조합원 247명 중 143명이 투표해 찬성률 69.93%로 가결됐다. 그동안 포스코에는 교섭권이 있는 한국노총 소속 포스코노조와 민주노총 소속 포스코지회가 복수 노조로 존재해왔다.

포스코지회는 지난 23일 입장문에서 “포스코지회는 포스코 직원을 위해 일하고 포스코 직원의 권익 향상을 위해서 존재하지만, 금속노조는 포스코지회가 금속노조를 위해서 일하고 금속노조를 위해 존재하기를 원한다”면서 탈퇴 추진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수석부지회장은 “노조 결성 당시 노조 활동 경험이 전무하니까 도움을 받기 위해서 2018년 금속노조에 가입했다”면서 “그러나 금속노조로부터 받은 지원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포스코지회는 금속노조에 조합비로 수억원을 냈는데도 금속노조는 포스코에서 집회를 연 적도 거의 없고, 지회 내 교육·선전·조직을 위한 상근자도 파견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겉으로는 금속노조 소속인데 우리는 계속 기업 노조 활동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속노조가 사실상 노조원들이 내는 조합비에만 관심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 수석부지회장은 “금속노조 포항지부에는 어느 기업에도 고용되지 않은 상근자들이 여럿 있는데 이들은 출근도 하지 않고, 별다른 투쟁도 안 하면서 활동비로 연간 2000만~4700만원씩 받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노조로부터 조합비의 51%를 받고 있는데도 상근자 월급을 주기 위해 포스코·현대제철을 포함해 포항지부에 소속된 조합원 3100여 명에게 연간 7100만원을 추가로 받아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직원들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만든 유인물.

금속노조는 포스코지회 집행부가 금속노조 탈퇴를 추진하자 최근 지회장·수석부지회장·사무장을 제명했다. 원 지회장은 “10월 말 회의에서 대의원들이 금속노조에서 탈퇴하자는 제안을 했는데, 투표 안건을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금속노조가 (포스코 집행부를) 제명했다”면서 “지난 3~4일 투표에서도 찬성률 66.9%로 탈퇴안이 가결됐지만, 금속노조가 투표일 7일 전까지 안건을 공지해야 하는 규정을 위반했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번에 다시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지난 11일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장 앞으로 공문을 보내 ‘포스코지회의 금속노조 탈퇴 결의는 절차상 위법하게 진행돼 무효’라면서 ‘11월부터는 조합비 1인당 2만원을 금속노조로 납부해달라’고 요구했다. 한 수석부지회장은 “지금까지는 회사가 조합원 월급에서 일부를 조합비 명목으로 노조 계좌로 이체해주고 있었는데, 포스코지회가 탈퇴를 추진하고 집행부도 제명되자 직접 조합비를 받겠다고 나섰다”고 말했다. 원 지회장은 “노동법 위에 금속노조가 존재하는 게 아니지 않냐”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선 시대가 변했는데도 이런 행태를 보이는 금속노조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포스코지회뿐 아니라 최근 각 기업에서 민주노총에서 탈퇴하는 노조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GS건설과 쌍용건설이 민주노총 건설기업노조를 탈퇴했고, 지난 7월에는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하청지회 파업 해결에 금속노조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며 탈퇴를 추진했다. 투표 결과 탈퇴 찬성률이 52.7%로 절반을 넘었지만, 의결 정족수인 3분의 2를 넘지 못해 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