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 겸 UAE 공군 부총사령관 등을 만났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 트위터

삼성전자가 이르면 5일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순차적으로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사장단 인사안에 최종 승인을 한 뒤, 4일 아랍에미레이트(UAE)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전세기편으로 UAE 아부다비로 출국했다. 정확히 1년 만에 다시 아부다비를 찾은 것이다. 정확한 출장 목적은 전해지지 않았으나 작년과 마찬가지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두 사람은 각각 회장과 대통령 취임 후 처음 대면하게 되는 셈이다. 외신에 따르면 올해 5월 UAE 대통령에 선출된 무함마드 대통령은 왕세제 시절부터 매해 겨울 기업인들과 정계 원로 등을 아부다비로 초청해 비공개 포럼을 개최하며 글로벌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2018년 12월 참석자 명단에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데이비드 M. 루벤스타인(칼라일그룹 공동 창업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UAE 출장 귀국길에 “UAE(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조그만 회의가 있었다”며 “전세계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와서 전세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각 나라나 산업들에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 회장과 무함마드 대통령은 끈끈한 관계로 잘 알려졌다. 2019년 2월 아부다비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교차 방문한 데 이어 이 회장은 올 5월 무함마드 대통령의 친형인 고(故) 셰이크 할리파 빈 자예드 알 나하얀 전 UAE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UAE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 정성을 쏟는 건 석유 의존을 줄이고 4차 산업혁명기 새 도약을 추진 중인 중동 국가들과 교류를 확대, ‘새 시장 개척’을 위해서다. 삼성전자로선 5G,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UAE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협력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2019년 6월 삼성 사장단과 회의를 갖고 “중동지역 국가의 미래산업 분야에서 삼성이 잘 해낼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고 협력강화 방안을 마련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기회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깨야한다”고 강조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올해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폭은 크지 않겠지만, 부사장급 이하 임원 인사에선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신상필벌 원칙은 물론 60세 이상 임원은 2선으로 물러난다는 이른바 ‘60세 룰’까지 적용,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30(상무)·40 리더(부사장)’ 바람을 이어갈 것이란 게 삼성 안팎의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부터 퇴임 대상 임원에게 개별적으로 재계약 불가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탁기 품질 논란이 불거졌던 생활가전사업부 등에서 대거 부사장 퇴임 통보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부사장·전무 직급을 통합해 부사장 이하 직급 체계를 부사장·상무 2단계로 단순화하고 30대 상무 4명·40대 부사장 10명을 각각 배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인사와 조직개편을 모두 마무리하면 이달 중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어 내년 사업계획을 논의한다. 작년엔 12월7일 사장단 인사 및 조직개편, 9일 임원인사, 21∼22일 글로벌 전략회의 순으로 진행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