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설립된 ‘로렌츄컴퍼니’는 무알콜 와인·무설탕 초콜릿 등 기능성 식·음료 제품을 만드는 업체다. 기존 무알콜 음료보다 향미와 풍미를 향상시킨 제품으로 특허 등록을 했고, 무설탕 초콜릿은 벨기에 국제식음료품평회에서 한국 초콜릿으로는 최초로 별 3개 최고 등급을 받았다. 추세은 로렌츄컴퍼니 대표는 “20년간 유통·식품 업계에서 일하면서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즐길 만한 먹거리가 없다는 문제의식을 가져왔다”며 “술과 간식을 좋아하지만 건강관리에도 관심이 많은 중·장년층을 위해 무알콜 음료와 무설탕 초콜릿을 개발했다”고 했다. 그는 “3억원의 초기 투자를 받아 매출을 13억원까지 성장시켰고, 카카오 선물하기·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간 벤처캐피털·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육성 기관) 등 투자사들의 주된 투자 대상은 온라인 기반 IT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킬러 제품’을 앞세운 소상공인 스타트업들도 IT 플랫폼 스타트업처럼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투자 저변이 확산하고, 소상공인들의 마케팅·판매 채널도 다양화되면서 전통 소상공인 업종으로 창업한 회사들도 투자 유치를 통해 성장하는 모델이 정착돼 가고 있다.

◇소상공인도 스타트업처럼 투자 유치하는 시대

조선 시대 간식 ‘연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저트 전문점 ‘연과점하루’는 2020년 공유 주방에서 개인 사업자로 출발했다. 권지공 대표는 “기업에서 VIP 접대용 고급 간식으로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매년 매출이 2배씩 늘고 있다”며 “서울 은평구에 매장을 열었고 이달 마포구에도 쇼룸을 개장한다”고 했다. 권 대표는 “서울을 대표하는 간식 기념품 브랜드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파션’은 반려견과 야간 산책에 유용한 야광 목줄을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 4월 시제품 생산을 위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목표액(500만원)의 3배가 넘는 1850만원을 모았다. 크라우드펀딩은 온라인에서 프로젝트를 홍보해 대중으로부터 모금하는 것을 뜻한다. 내년에는 법인으로 전환해 유럽과 북미 지역에 지사도 낼 예정이다. 한병우 파션 대표는 “장기적으로 반려동물 관련 제품을 계속 출시하고 이와 연동하는 펫 헬스케어 플랫폼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소상공인들은 시장에서 호응을 얻은 ‘킬러 콘텐츠’ 제품이 있고, 이를 생산·판매해 창업 초기부터 매출과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IT 플랫폼과는 차별화된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플랫폼 스타트업은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흑자까지 오래 걸리고 실패하기도 쉬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면, 소상공인들은 실제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로 리스크’ 투자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 브랜드도 스타벅스처럼 세계화될 수 있어”

소상공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사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국내 최장수 액셀러레이터 크립톤 등 일부 투자사는 IT 플랫폼 스타트업은 물론 소상공인 업종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함께 하고 있다. 양경준 크립톤 대표는 “미국 시애틀의 동네 카페였던 스타벅스, 아일랜드의 동네 맥줏집이었던 기네스처럼 소상공인으로 시작한 기업들이 글로벌 브랜드가 된 사례가 적지 않다”며 “혁신적인 제품을 가진 소상공인들이 나타나고 이들에 대한 투자가 계속된다면 한국에서도 비슷한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표적으로 알토스벤처스·쿼드자산운용은 지난 5일 외식 브랜드 기업 GFFG에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GFFG는 도넛 프랜차이즈 노티드, 수제버거 전문점 다운타우너 등 9개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2015년 설립된 GFFG는 지난해 매출 700억원을 올렸지만 신규 브랜드 개발과 해외 진출을 위해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SJ쿤스트할레에서 ‘소상공인 쇼케이스 데이’ 행사를 개최하며 소상공인들의 투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들이 투자자나 대중을 상대로 사업 모델을 설명하는 데모 데이 행사를 소상공인들에게 적용한 행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