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뒤 임직원 수십 명을 파견해 체질 개선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여 년간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아왔던 대우조선해양의 시스템을 바꿔 경쟁력 있는 민간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전략이다.

13일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회계·재무·총무·경영관리를 포함한 대우조선해양의 핵심 부서 임원을 모두 한화 출신으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전해졌다. 대우조선해양의 3대 사업 부서인 상선·해양·특수선 담당 임원도 교체 대상으로 알려졌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이후 정인섭 전 한화에너지 대표가 중책을 맡을 것으로 조선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비서실 출신인 그는 지난 10월 한화에너지 대표를 사임한 뒤 대우조선해양 실사를 총괄해왔다. 현재 1명인 대표이사도 2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조선업계 한 임원은 “한화는 여러 대표이사에게 재무와 생산 또는 방산과 상선 분야를 각각 맡기는 경영 방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한화그룹은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솔루션과 같은 주요 계열사에 복수 대표이사를 두고 있다.

한화는 실사 과정에서 우발채무 1조원 이상이 나올 경우 계약을 해지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우발채무는 수천억 원 수준으로 나타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다만 한화의 우발채무 인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 관계 장관 회의에서 낮은 금리로 한화에 인수 자금을 빌려주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아직 본계약 체결 전이기 때문에 인사 문제를 포함해 각종 체질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옵션을 놓고 검토하는 단계이고 확정된 내용은 없다”면서 “내년 3~4월 인수 절차가 끝날 때쯤 구체적 실행 방안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