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리튬 염호 전경./포스코홀딩스 제공.

지난 12일(현지 시각) 찾은 아르헨티나 북서쪽 살타주(州) 해발 4000m 고지에 있는 ‘옴브레 무에르토(Hombre Muerto)’ 염호(鹽湖). 이곳에선 포스코그룹이 짓는 리튬 공장의 골조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염호는 생물이 살 수 없어 스페인어로 ‘죽은 남자’라고 불리지만,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로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는 볼리비아·칠레와 인접한 ‘리튬 삼각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리튬 삼각지대엔 전 세계 리튬의 65%가 매장돼 있다. 포스코그룹은 이 염호 약 2만5500ha에 대한 광권을 사들였다. 여의도 면적 약 30배인데 여기엔 전기차 배터리 3억개를 만들 수 있는 1350만t 이상의 탄산리튬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의 아르헨티나 리튬 생산 데모플랜트 공장 및 염수저장시설./포스코홀딩스 제공

포스코그룹은 2030년까지 연간 12만t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고, 자체 기술로 리튬을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전기차·배터리 투자가 급증하며 최근 리튬 가격이 t당 1억원을 넘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국내외 고객사들의 리튬 공급 확대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살타주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에서 오재훈 포스코아르헨티나 DP생산기술실장이 염수를 추출해 건조시키는 폰드(인공 연못)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리튬을 함유한 염수를 지하에서 뽑아낸 뒤 폰드에서 수개월간 건조하면 염수 내 리튬 농도가 높아진다. /강다은 기자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엔 L(리터)당 평균 0.9g의 리튬이 함유돼 있다. 최대 600m 지하에서 끌어올린 염수를 인공 연못에서 4개월 이상 햇볕에 노출해 물을 증발시키면 염수 L당 4g 정도 리튬이 함유된 농축액이 나온다. 여기에서 칼슘·마그네슘 등 불순물을 제거해 인산리튬을 생산하고,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탄산리튬이나 수산화리튬으로 제조해 수출한다. 염전에서 소금을 생산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포스코아르헨티나 관계자는 “염호에 매장된 리튬은 한국이 100년 이상 쓸 수 있는 양으로 아르헨티나에서 리튬 농도가 가장 짙은 데다 비가 거의 오지 않아 리튬 생산에 최적의 환경”이라며 “리튬 추출은 포스코의 독자 기술로 한다”고 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3월 8억3000만달러(약 9500억원)를 투입해 1단계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2024년 상반기 준공하면 연간 2만5000t의 수산화리튬을 생산할 수 있다. 2030년 국내 생산 능력까지 합해 연 30만t 체제를 완성해 리튬 생산 글로벌 3위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 최정우(왼쪽에서 넷째) 포스코그룹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염수 리튬 1단계 착공식./포스코홀딩스 제공

현지 옴브레 무에르토 지역엔 포스코아르헨티나 임직원, 건설 현장 직원 등을 포함해 1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운 해발 4000m 고지대를 포스코아르헨티나 직원들은 버스로 편도 8시간씩 오가며 텐트를 치고 개발해왔다. 지금은 경비행기가 오가고 기숙사·식당 등 최소한의 인프라가 갖춰졌지만, 강한 바람 탓에 공장 건설은 중단되기 일쑤다. 또 높은 해발고도 탓에 직원들은 10여 일간 고지대에 머물다가 10여 일을 저지대인 살타시에서 지내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염호 근무 전날엔 음주가 일절 금지돼 있고, 산소 공급 시설도 갖추고 있다. 한 직원은 “고산 지역에 적응될 때까지 어지럼증과 고산병 증세가 두 달 넘게 계속됐다”며 “아직도 고지대에 올라오면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직원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