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에 사는 김모(43)씨는 10년 넘게 중소 제약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주말마다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김씨는 “맞벌이지만 아파트 대출금 갚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아이 교육비와 생활비는 계속 늘어 월급만으로는 도저히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본업 외에 부업을 하는 ‘투잡족’ 가장(家長) 근로자가 올해 역대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3분기 가구주인 부업자 수는 36만8000명으로 5년 사이에 10만7000명(41%)이 늘었고 전체 부업자(54만7000명)의 67.3%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전체 부업자 수와 가구주 부업자 수는 2013년 이후 감소 추세였다가 2017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체 부업자 수는 2017년 41만1000명에서 올해 54만7000명으로 33.1% 증가했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은 “산업구조 전환에 따른 고용 형태 다변화, 코로나 사태로 부업자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최근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실질임금이 깎인 근로자들이 어쩔 수 없이 부업 전선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본업의 근로시간이 줄수록 부업 참가율이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전경련이 지난 10년간 1~3분기 근로시간과 부업 참가율을 비교한 결과, 본업 근로시간은 2017년 주당 35.7시간에서 올해 32시간으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부업 참가율(전체 취업자 중 부업자 비율)은 1.54%에서 1.95%로 증가했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양모(35)씨는 평일에는 회사원으로, 주말에는 사진 촬영 알바로 투잡을 뛴다. 양씨는 “최근 금리·물가 급등으로 월급만으로 전세대출 이자와 생활비를 충당하기 빠듯한 상황”이라면서 “결혼 자금도 모아야 하기 때문에 투잡을 택했다”고 말했다. 연령대별 부업자 추이를 보면 양씨와 같은 청년층과 고령층에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20~30대 부업자는 2017년 7만8000명에서 올해 10만7000명으로 37.2% 증가했고, 60대 부업자는 7만6000명에서 12만9000명으로 69.7%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62.9%), 건설업(40%), 도소매업(24.5%)에서 부업자가 크게 늘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은 코로나 사태 이후 저임금 공공 일자리가 급격하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건설업은 다수의 임시·일용직 일자리를 포함하고 있고, 도·소매업도 불안정한 시간제 일자리가 많아 부업을 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숙박 및 음식점업과 제조업은 각각 6.3%씩 감소했다. 숙박·음식업은 코로나 직격탄으로 일자리 자체가 줄어 부업자 수도 덩달아 감소했고, 제조업은 성장 둔화, 해외 일자리 유출 등으로 전체 일자리가 감소해 부업자 수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부업자 중 자영업자도 지난 5년간 37.7% 증가했다. 특히 이들 대부분(90.5%)은 고용원이 없는 ‘나 홀로 사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 상황이 열악한 영세 자영업자들이 낮밤을 가리지 않고 가게를 운영하며 아르바이트까지 뛰고 있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