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내년 반도체 사업 전망에 대해 “반도체 업계 전체적으로 안 좋아진 게 사실, 걱정”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업 앤 다운(Up&Down)이 있었고, 많이 나빠지면 많이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1년은 나름대로 암울했던 코로나 터널을 좀 더 회복하는 형태였지만, 새로운 복병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대한민국에 이런 위기와 쇼크는 계속 올 것으로 생각하고 쇼크를 견디면서 살아나가는 게 우리 체질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송년 인터뷰에서 “모든 나라가 ‘헤어질 결심(공급망 붕괴)’이 끝나있는 시장 변화가 가장 큰 위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이 하나였다가 쪼개졌고, 그 안에서 ‘내 것’을 챙기는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변화의 파고가 크다”며 “무역과 수출 위주인 우리(한국 기업)에게 아프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헤어질 결심’이라는 표현을 5차례 사용하며 공급망 변화에 따른 시장 리스크를 재차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해법으로 “쪼개진 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보고 있지 않던 시장까지 보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아프리카, 남미 등 상대적으로 우리 기업의 진출이 적은 국가를 예로 들었다. 또, “내부에서 통일성을 갖고 대응하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박자가 안 맞으면 불협화음이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반도체 걱정 많아…많이 나빠지면 또 많이 좋아질 것”
국가 또는 기업 간 신뢰관계를 통한 ‘우군 확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대응 관련, “올해만 3~4번 미국을 갔고, 갈 때마다 워싱턴을 가서 누군가를 만나 설득하고 있다”며 “많은 회사의 총수나 사장들이 이 문제를 위해 다 뛰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해서는 “걱정이죠”라며 짧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최 회장은 “최근 반도체 시장의 사이클(주기)이 짧아졌다”며 “옛날에는 다운에서 업으로 가는 게 3년 정도 걸렸는데 요즘은 1년 단위 연례행사로 생각된다”며 “많이 나빠지면 많이 좋아질 것이고, (불황이) 오래갈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했다.
올해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는 “많은 기업이 (법 시행으로) 좋아졌겠다고 생각하는 건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3~5년 정도 데이터가 나와봐야겠지만 (중대재해 형사처벌로) 경영 판단에서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격도 있다”며 “공장, 빌딩 같은 새로운 하드웨어를 안 하게 된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에선 인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관련 질문도 나왔다. 드라마 주인공처럼 ‘기억을 가지고 약 30년 전 과거로 되돌아간다면 어떤 일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최 회장은 “창업이라는 도전을 했을 것 같다”며 “홀랑 말아먹을 수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도전을 할 것 같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