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이 발표하는 매출액 세계 500대 기업 명단인 ‘포천 글로벌 500’의 올해 순위에서 한국 기업은 단 16사(3.2%)만 이름을 올렸다. 기업 수는 지난해(15사)보다 1사 더 늘었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리스트에 오른 한국 대표 기업들은 순위가 줄줄이 하락했다. 반면 중국은 무려 136사가 이름을 올려 2020년 이후 3년째 국가별 순위 1위를 질주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2일 “올해 포천 글로벌 500 기업을 국가별로 분석한 결과, 중국은 10년 전(73사)보다 배 가까이 늘어난 136사로 2020년 미국 추월 이후 계속 수위를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기업은 124사로, 미·중 기업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뒤이어 일본(47사), 독일(28사), 프랑스(25사), 영국(18사), 한국(16사) 순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삼성전자가 지난해보다 3계단 내려간 18위, 현대차가 9계단 떨어진 92위를 기록하는 등 대표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 기업의 매출액 총합은 전체 2.6%로 주요국과 비교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다. 국가별 매출액을 보면 미국 기업의 총매출액이 11조2000억달러(약 1경4286조원)로 중국 기업의 총매출액(11조달러)을 앞섰다. 하지만 미·중 간 매출액 격차가 갈수록 좁혀지고 있어 조만간 역전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기업의 총매출액은 9982억달러, 1사당 평균 매출은 623억9000만달러로 일본·독일·프랑스·영국보다 작았다.

업종별 분포에 있어서도 한국 기업은 전자·반도체, 금융, 자동차, 에너지, 재료·소재, 종합상사·음식료·화학 등 8개 업종에만 이름을 올렸다. 특히 전자·반도체, 금융, 자동차, 에너지 업종에 12사(75%)가 집중돼 업종 쏠림 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주항공, 헬스케어와 같은 신산업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전무했다. 포천이 업종별 분류를 시작한 2015년부터 한국 기업은 매년 6~8개 업종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포천 글로벌 500에서 분류한 21개 업종 중 19개, 중국은 15개, 일본과 프랑스는 각각 13개, 독일은 11개, 영국은 8개 업종에 기업들이 분포했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받은 전자·반도체, 자동차, 소재, 화학 업종에서도 글로벌 1위 기업의 매출은 한국 1위 기업 매출보다 1.5~4.6배 높았다. 동종 업종에서도 체급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것이다. 미국 애플 매출은 삼성전자의 1.5배, 독일 폴크스바겐은 현대차의 2.9배, 중국 시노켐은 LG화학의 4.6배에 달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기존 산업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점점 떨어지고 신산업 분야에서도 성공하는 기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