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사람을 키우며 SK그룹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효시가 된 SK임업이 지난 11월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SK그룹은 “숲과 인재의 가치에 주목하고 반세기 동안 꾸준히 산림 보국과 인재 양성에 힘쓴 결과, SK는 한국을 대표하는 ESG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SK의 미래 50년도 ESG 경영을 더욱 확대하고 공고히 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SK그룹이 50년간 꾸준히 숲과 인재 양성에 주력할 수 있었던 것은 최종현 선대 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최종현 선대 회장은 전국에 민둥산이 늘어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다 1972년 서해개발주식회사(현 SK임업)를 설립해 조림 사업을 시작했다. 1960~1970년대 무분별한 벌목으로 산림이 황폐화되자, 천안 광덕산, 충주 인등산, 영동 시항산 등 총 4100ha의 황무지를 사들여 본격적으로 나무를 심었다. 최종현 회장은 부동산 투기라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수도권에서 거리가 한참 떨어진 임야를 사들였고, 호두나무와 자작나무 등 고급 활엽수를 심으면서 산림을 가꿨다. 이런 노력으로 50년 전 충주 인등산에 심은 자작나무는 지름 50㎝, 높이 20~30m 나무로 자랐고, 전국에 걸쳐 400만그루를 심어 서울 남산의 40배 크기 숲을 조성했다.
최종현 회장은 민둥산을 수목이 울창한 숲으로 바꾼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국내 기업인 중 최초로 ‘숲의 명예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숲의 명예전당은 산림청이 100만그루 이상 나무를 헌신적으로 심고 가꿨거나 국토 녹화에 지대한 공적을 세운 사람들 가운데 심사를 거쳐 선정하는 최고의 영예로, 엄격한 선정 기준 때문에 최 회장 이후에는 아직 헌정된 사람은 없다.
이렇게 심은 나무는 인재 양성의 밑거름이 됐다. 그는 자원이 부족한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조림 사업으로 번 돈으로 장학 사업을 시작했다. 조림 사업은 벌목 등으로 매년 일정한 수익이 발생해 경영이 어려워지더라도 안정적인 재원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했다. 다만 나무를 키워 현금화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 선대 회장은 사재 5540만원을 출연해 1974년 11월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 본격적으로 인재 양성에 나섰다.
재단 설립 뒤에는 ‘세계 수준의 학자 양성’이라는 목표 아래 매년 유학생을 선발해 해외로 보냈고 학비와 생활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학위 취득 시 SK 근무와 같은 일체의 조건도 달지 않았다. 1974년부터 시작된 고등교육재단 장학사업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와 세계 금융 위기 등 극심한 경제 위기에도 계속됐고 현재까지 장학생 4000여 명과 박사 820여 명을 배출한 ‘인재의 요람’으로 성장했다. 최종현 회장은 나무로 환경을 가꾸고 인재 양성에 힘썼다는 점에서 국내 ESG 경영의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뒤를 이어 SK 경영을 맡은 최태원 회장도 숲의 가치에 주목하고 다양한 ESG 경영을 펼쳤다. 최태원 회장은 2012년 강원 고성군의 축구장 70배 크기 황폐지에 자작나무 등 25만그루를 심어 조림 청정 개발 체제 사업을 시작했다. 조림 사업으로 복구한 숲이 흡수한 온실가스를 측정, 탄소배출권을 인정하는 사업으로 SK는 2013년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최종 인가를 받은 국내 최초의 탄소배출권 확보 기업이 됐다.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SK는 충주, 천안, 영동, 횡성, 평창, 보성 등에서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 조림 사업을 진행 중이며 앞으로 30년간 매년 3만8000t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 회장은 또 2030년 기준 전 세계 탄소감축 목표량(210억t)의 1%를 SK가 줄이겠다고 선언한 뒤 넷제로 조기 달성을 위해 SK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넷제로 달성을 위해 SK가 추진해야 할 구체적인 방법론과 실행 계획을 담은 전시관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을 ESG 경영 발산지인 충주 인등산에 개관했다. 2021년 CES SK전시관에 처음 선보인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은 총 4개의 구역으로 나눠 관람객들이 SK의 탄소 감축 노력을 하나의 여정처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SK 관계자는 “기업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이라는 시각으로 나무와 인재를 키우는 일에 매진했던 선대 회장의 경영철학이 오늘날 SK의 ESG 경영을 비옥하게 만드는 토양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