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삼성그룹 전 계열사 사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말 ‘사장단 회의’를 가졌다. 삼성그룹이 2017년 3월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이후, 전 계열사 사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전자, 금융, 비(非)전자 제조 계열사 등 계열별 사장단 회의는 종종 있었지만, 전체 사장이 모인 건 5년 만이다. SK·LG 등 다른 대기업은 12월 마지막 주 대부분 연말 휴가를 떠났는데, 삼성그룹이 이례적으로 사장단 회의를 소집한 것은 그만큼 내년 경영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들은 26일 경기도 용인 인재개발원에 모여 올해 경영 성과와 내년 계획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로부터 내년 국내외 경제 상황과 환율·유가·물가 변동에 대한 전망을 듣고, 기후변화와 미래 에너지 산업에 대한 외부 인사 강연을 들으며 내년 사업 전략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그룹이 이례적으로 사장단 회의를 개최한 것은 삼성전자·물산·생명 등 주요 계열사의 내년 경영 여건이 예상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그룹 전체에 위기의식과 긴장감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자리에서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부회장)은 동남아시아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여러 위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 실력을 키워야 한다”며 “세상에 없는 기술,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는 미래 기술 발굴에 더 힘써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침부터 시작된 이날 회의는 저녁식사까지 이어졌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수요 사장단 회의가 없어진 뒤, ‘삼성 사장들끼리도 서로 얼굴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며 “앞으로 분기별로 비슷한 형태의 사장단 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용 회장은 이달 중순 사장단 인사 직후 그룹 내 사장 승진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내년 경제가 좋지 않겠지만,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