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수출 역성장을 막기 위해 총력전에 나선다. 수출이 4분기 들어 마이너스로 돌아서 올해 사상 최대 무역 적자를 기록하자 내년엔 범정부 차원에서 민간 부문과 역량을 결집해 수출 감소를 막고 경제에 온기를 돌게 하겠다는 것이다. 수출 드라이브에 더해 바이오 산업 확대와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바탕으로 산업 대전환도 추진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신년 업무 보고를 받고 “과거 어느 때보다 정부와 민간이 정말 한 몸이 돼서 뛰지 않으면 우리 경제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데 중요한 수출 증진이 매우 어렵다”며 “정부는 시장이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산업, 기업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이며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라며 “이번 정부는 모든 경제정책을 기업 위주의 시장경제정책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대국민 보고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업무 보고에는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 관계자와 민간 대표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꺾이지 않는 수출 강국’… 수출 역성장 막는다
산업부는 신년 업무 보고의 제목을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축구 국가 대표팀이 유행시킨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 문구에서 딴 ‘튼튼한 실물 경제, 꺾이지 않는 수출 강국’으로 정했다. ‘2023년 수출 6800억달러(약 867조원) 이상, 설비 투자 100조원, 외국인 투자 300억달러 유치 달성’이라는 구체적 목표도 내놨다.
애초 정부의 내년 수출 전망치는 올해보다 4.5% 감소한 6500억달러(약 828조원)에 그친다. 하지만 이런 전망에 꺾이지 않고 내년 수출을 올해와 같은 6800억달러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5% 안팎 고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흥 시장과 자원 부국을 중심으로 수출을 다변화한다. 아세안은 한류와 할랄을 연계해 공략하고,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원전·수소 등 에너지와 자동차·조선·방산과 같은 제조업 수출에 속도를 낸다. 리튬·니켈 등 이차전지 소재가 풍부한 중남미와는 광물 분야 협력과 함께 에콰도르·과테말라·태평양동맹(PA)·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등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 정부의 국정 과제인 ‘2030년 원전 10기 수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미 사업을 시작한 폴란드, 입찰이 진행 중인 체코에 더해 필리핀·영국·튀르키예·UAE(아랍에미리트) 등으로 수주 전선을 확대한다. 올해 사상 최대인 170억달러 수주를 달성한 방위산업은 내년에는 올해를 넘어서는 수주를 노린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대통령 주재 수출 전략 회의를 통해 수출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걸겠다”며 “지역 맞춤형 수출 대책을 마련하고, 시장 개척에 나서기 위해 범정부 차원 지원단인 ‘수출카라반’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이오·에너지로 미래 먹거리 창출
산업부는 대한민국을 책임질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와 에너지 신산업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바이오 산업은 데이터·소재·에너지로 영역을 확대하며 ICT(정보통신 기술) 이후 산업 혁신과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미래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를 위해 ‘100만명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을 추진해 의료·금융 서비스와 연계하고 바이오플라스틱·인공 피부 등 석유화학 제품을 대체하는 바이오 신소재 개발에도 나선다. 수소, 해상 풍력,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고효율 기자재, 스토리지 등 5대 에너지 신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에너지 르네상스 프로젝트’에도 나선다.
내년에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을 위한 부지 공사에 착수하고,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해 올해보다 1조1000억원 늘어난 3조5000억원의 일감을 발주한다. 또 2025년까지 매년 1기씩 신규 원전 가동도 추진한다.
산업부는 전기·가스 요금을 시장 원리에 기반해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고, 이를 위해 전기위원회를 개편해 전기 요금 결정의 독립성, 전문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보고했다. 또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EU CBAM(탄소 국경 조정 제도),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등 급변하는 통상 환경 대응력을 강화해 우리 기업의 영향을 줄이고 수혜를 극대화하겠다고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