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다세대 주택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돼 있다. 2022.9.30/뉴스1

내년부터 전기요금이 10% 가까이 또 오른다.

한국전력과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부터 적용되는 2023년 1분기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 당 13.1원 올린다고 30일 밝혔다. 올해 세 차례에 걸쳐 kWh당 19.3원이 인상됐는데, 내년 또 9.5%가 오르는 것이다. 이번 요금 인상으로 월 307kWh를 쓰는 4인가구의 요금 부담은 약 4022원(부가세 전력기반기금 미포함) 늘어난다.

한전은 올들어 폭등한 LNG 등 국제 에너지 가격과 올해 기후 환경 비용 상승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최근 국제 연료가는 과거 경험하지 못한 수준으로 동반 폭등했다”며 “이를 반영한 전력시장가격(SMP)도 급등하여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했다”고 했다. 실제 LNG 가격은 2020년 MMBtu당 평균 4.4달러, 작년 18.8달러에서 올해 11월까지 34달러로 작년보다 1.8배 폭등했고, 석탄은 2.6배가 오르면서 SMP는 2배 수준으로 올랐다.

구체적으로 올해 급등한 연료비를 일부 반영해 기본요금 성격인 전력량요금은 kWh당 11.4원을 올리고, 기후환경요금은 1.7원을 인상한다.

다만 가스요금은 내년 1분기 인상하지 않는다. 산업부는 “동절기 난방비 부담, 전기요금 인상 등을 감안해 1분기엔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2분기 이후 요금 인상 여부를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내년에 한해 전력량요금 및 기후환경요금 일부 동결하기로 했다.

이번 인상액 13.1원은 올해 연간 인상액 19.3원의 67%에 이르는 수준이다. 그러나 오일쇼크 이후 역대 최대폭 인상에도 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선 “인상폭이 작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 30조원 넘는 사상 최대 적자가 예정된 한전을 정상화하기엔 역부족이란 것이다. 앞서 산업부가 국회에 제출한 ‘한전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한전의 내년 적자를 막기 위해 필요한 인상액은 51.6원이라 밝혔다. 이번 인상액은 이와 비교해 4분의 1수준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전기요금이 너무 적게 올라 한전에선 당장 내년 채권발행을 크게 늘려야 하는 상황인데, 중소기업들이 돈을 빌릴 수 없게 되고, 대출금리가 올라가는 식의 더 큰 부작용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전기요금만 대폭 올리면 해결될 일인데, 미봉책에 불과한 수준의 인상을 하다보니, 더 큰 부담을 지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