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일 신년사에서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에 놓고, 수출 전략을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수출을 챙겨야 할 정도로 올해 우리나라 수출 환경은 최악의 상황이다. 정부도 올해 수출은 작년보다 4~4.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수출을 떠받쳐온 13대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올해 성장이 예상되는 것은 자동차와 선박 등 5개에 그친다.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가 13개 품목 중 가장 큰 15% 감소율이 예상되는 것을 비롯해 석유제품·석유화학·철강 등도 10% 안팎으로 수출이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금융 위기 이후 첫 2위 유력
2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지난해 수출 실적과 한국무역협회의 올해 수출 전망 통계를 분석해보면 올해 자동차 수출은 반도체에 이어 수출 품목 2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자동차 수출은 전년보다 16.4% 급증한 541억달러(약 69조원)를 기록했다. 올해도 증가율은 크게 떨어지겠지만 1.9% 플러스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자동차가 수출 2위에 오르게 되면 금융 위기 이후 16년 만이다. 자동차는 2000년대 들어 국내 브랜드의 품질 향상과 글로벌 시장 이미지 덕분에 2003~2007년 반도체에 이어 2위 수출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금융 위기로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수요 감소 충격을 받으면서 2008년 5위, 2009년 7위로 떨어졌고, 이후에도 3~5위에 머물렀다. 지난해도 고유가 수혜를 입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과 에틸렌을 비롯한 석유화학제품에 밀려 4위에 그쳤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반도체 부족 탓에 선주문 대기 물량이 많다 보니 세계 경기 둔화에도 올해 자동차 수요는 4~6%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국내 브랜드는 환율 호조 속에 고급차, 전기차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박은 올해 주요 수출 품목 중 가장 높은 27.4% 증가율을 나타내며 9위에서 8위로 순위 상승이 예상된다. 글로벌 선박 발주 시장 호황이 시작된 2021년 수주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인도가 이어지면서 수출이 급증하는 것이다. 지난해 182억달러로 주저앉았던 선박 수출은 올해는 232억달러로 늘면서 자동차부품(234억달러)을 바짝 뒤쫓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2021년 코로나 엔데믹으로 수요가 폭증하며 수출 품목 2위까지 올랐던 석유화학제품은 지난해 3위로 밀린 데 이어 올해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단가 하락에 5위까지 밀려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고유가 덕에 65.3% 급증한 630억달러를 수출하며 2위에 올랐던 석유제품도 국제 유가가 완만하게 내려가면서 자동차에 2위 자리를 내줄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우려…생산 차질 없어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우리 수출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품목과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수출은 험난한 고갯길을 마주하고 있다”면서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등 새롭게 뜨는 신성장 품목 수출을 확대하고, 아세안과 인도를 비롯한 신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 납기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규종 조선해양플랜트협회 부회장은 “사업장 내 노사 안정, 철강과 같은 원자재 공급망 관리를 통해 수출이 예정대로 이뤄지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