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출의 양대 축인 반도체와 대(對)중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국내 수출 대표 기업들의 실적도 희비가 엇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10년대 들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우리 수출을 이끌었던 무선통신·전자·디스플레이 등 ICT(정보통신 기술) 업종 기업들은 실적 부진이 예상되지만, 조선·자동차·기계·이차전지 등 ‘탈(脫)중국’에 속도를 낸 업종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호조가 기대된다.


◇조선·이차전지 등 기대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15대 주요 수출 품목의 대표 기업 14사 중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지난해와 2021년 실적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한국조선해양과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현대차·현대모비스·삼성바이오로직스·두산에너빌리티(기계) 등 6사에 그친다. LG화학(석유화학)과 효성티앤씨(섬유), LG전자(가전)는 작년보다는 늘겠지만, 2021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전 세계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상당수 업종의 실적이 곤두박질 치는 가운데 중후장대 업종이 힘을 내는 것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해양플랜트 수주 부실화와 상선 발주 급감으로 장기간 불황에 시달리던 조선업종은 올해는 대표 기업인 한국조선해양을 필두로 나란히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영업적자가 4000억원에 가까울 것으로 추산되지만, 올해는 흑자가 9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부터 시작된 수주 호황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에 이바지하면서 앞으로 전망도 밝다.

2021년 흑자로 돌아선 LG엔솔도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 벽을 뚫은 데 이어 올해는 2조원대에 안착할 것으로 보인다. LG엔솔 관계자는 “GM과 합작한 얼티엄셀즈 1공장이 지난해 말부터 가동한 효과가 클 것”이라고 했다.

지난 정부 탈원전 정책 여파로 위기를 맞았던 기계업종 대표 기업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 또한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 효과가 현실화되며 5년 만에 다시 영업이익 1조원대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자동차)와 현대모비스(차부품)도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대기 물량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삼성바이오로직스(바이오헬스) 또한 설 연휴에도 공장을 돌릴 정도로 수출이 늘면서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10년대 스타’ ICT는 퇴조

반면 반도체와 TV,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며 지난 10여 년간 국내 대표 기업 지위를 누려온 삼성전자·SK하이닉스·LG전자·LG디스플레이는 나란히 영업이익이 쪼그라들거나 적자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6% 줄었던 삼성전자는 올해는 반 토막으로 쪼그라들 전망이고, SK하이닉스는 2012년 이후 11년 만에 적자를 나타낼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우리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수출 감소의 충격이 ICT 업종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일찌감치 여러 이유로 ‘탈중국’을 추진한 업종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모습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업은 국내 업체들이 중국 조선사와 경쟁 관계를 형성하며 부품까지 국내에 수직 계열화 구조를 갖췄으며, 미국·유럽 완성차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는 이차전지는 LG엔솔이 미국 기업 테슬라에 공급하는 물량을 제외하면 중국 현지 매출은 미미한 실정이다. 자동차와 차 부품 또한 현대차 매출 비중에서 중국이 미국의 4분의 1 수준에 그치며, 중국 시장 영향에서 벗어난 상태다.

미·중 패권 전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에 시사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실장은 “중국 시장 환경은 갈수록 악화할 것”이라며 “기업들이 일시적 매출 하락을 각오하고 ‘탈중국’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