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낸 한전이 올해에도 1500억원 이상을 한국에너지공과대(한전공대)에 출연한다.
19일 한전과 전력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한전공대 설립·운영을 위해 자회사를 포함해 총 1588억원을 출연할 예정이다. 한전 본사가 1016억원, 한국수력원자력과 발전 자회사 5곳 등 자회사가 572억원이다. 지난해 출연금(711억원)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2020년 지원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한전과 자회사는 지원 첫해인 2020년에는 600억원, 2021년에는 413억원, 지난해에는 711억원 등 총 1724억원을 출연했다. 올해까지 더하면 3312억원에 이르게 된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해 3월 개교 이후 건물 신축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공정에 따라 출연금이 확대됐다”며 “올해와 내년에 출연금 규모가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의 지난해 적자 규모가 31조원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공약으로 세워진 한전공대가 위기에 처한 한전 재무 구조 개선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전 개교를 목표로 2021년 한전공대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지난해 초 허허벌판에서 속전속결로 개교를 강행했다. 한전이 대규모 적자에 운영 자금이 없어 매달 회사채를 수조원씩 발행하는 형편에서 연간 1000억원이 넘는 출연금은 부담이지만, 법 개정 전에는 이를 끊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력 업계 관계자는 “한전 사장이 한전공대 이사장을 맡고 있고, 법에도 한전이 한전공대를 지원·육성하도록 돼 있다”며 “한전으로서는 재무 구조 악화에도 지원을 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계와 업계에서는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합쳐 한전의 재무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