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있는 1000세대 규모 아파트 관리사무소엔 지난 19일~25일 오전까지 관리비 고지서가 각 세대에 청구된 뒤 주민들의 항의 전화가 50여통 쏟아졌다. 대부분 “관리비가 왜이렇게 많이 나왔느냐” “춥게 살았는데, 난방비가 왜 이렇게 올랐느냐”는 항의다. 관리사무소 직원 A(32)씨는 “직원들끼리 나름대로 난방비가 오른 이유를 공부해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2~3명은 ‘아껴썼는데도 관리비가 오른걸 용납할 수 없다’고 끝까지 화를 내서 설명하고 설득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작년 한 해 동안 난방비를 포함한 에너지 요금이 급등한데다가 추위까지 겹치며 집집마다 급격히 오른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관리비 폭탄’ 청구서를 인증하는 글이 넘쳐나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는 각종 항의 전화가 빗발치면서 요금 급등에 대해 설명방송을 하거나 공고문을 붙이는 곳도 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설 연휴 이후 최저기온이 영하 20도의 ‘최강 한파’까지 찾아오면서 “벌써부터 1월 고지서가 두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의 21평(70㎡) 아파트에서 남편과 둘이 사는 김모(37)씨는 이달 청구된 작년 12월 세대난방비가 18만 7250원이 나왔다. 이는 전달(6만9480원)에 비해 3배 가까이 오른 수치다. 김씨는 “설 연휴에 시댁과 친정집을 방문했더니 시댁은 다들 관리비 얘기부터 꺼내더라”라며 “늦은 저녁때까지 집에 대부분 사람이 없는데 난방비는 계속 늘어 의아하다”고 했다. 원룸에 사는 1인가구에겐 에너지 요금이 제 2의 월세가 됐다. 경기 수원시 한 원룸에 사는 오모(65)씨는 2021년에 비해 도시가스 사용량은 28.2%만 늘었는데, 102% 늘어나 13만 3720원의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를 받았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엔 고지서를 보고 놀란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지며 일부 아파트에선 사과방송을 하고, 설명문을 엘리베이터 등에 부착했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선 관리비 부당 등을 이유로 동 라인당 2명인 경비원을 1명으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지난 16일부터 찬반투표를 진행중이다. 경비원 인건비라도 줄이자는 것이다. 지역 맘카페나 아파트 온라인 게시판에는 “청주 34평 아파트에 지역난방을 하는데 난방비가 19만 7000원 나와 총 관리비가 42만 2600원 나왔다” “39평집에서 관리비 41만원” “관리비 보고 애들을 이틀에 한번 씻겨야 하나 고민한다” 등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올들어 최강 한파가 찾아오자 집집마다 시름이 커지고 있다. 난방비 절약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 실천하고, 서로 공유하는 이들도 늘었다. 보일러 배관 청소를 하라거나, 샤워는 헬스장에서 하고 캠핑용 등유 난로를 사서 쓰라는 식이다. 외풍이 심한 노후아파트에 중문을 설치했다거나, 단열 필름을 창문마다 붙였다는 식의 후기도 잇따르고 있다.
아파트 관리비에 포함되는 세대별 난방·온수비 외 다른 공공요금이 오른 것도 관리비 부담을 키웠다. 전기요금 또한 작년 한 해 17.9%올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난방을 덜 하고, 전기장판이나 난로 등을 사용한 가정도 관리비가 오른 것은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최모(55)씨는 “2021년 12월과 비교했을 때 개별 전기요금이 38.4%, 전 세대가 똑같이 납부하는 공공 전기요금도 26% 올랐다”며 “1월부턴 경비원 인건비도 오를거라 더 부담이 늘 것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