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가정마다 받아든 ‘난방비 폭탄’ 고지서는 지난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이 근본적 원인이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 실패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해 가스·열 사용이 급증하는 겨울철에 난방비 폭탄으로 터진 것이다. 전쟁 탓에 중국·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에너지 부국 러시아의 석유·천연가스가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사라지며 가격이 폭등하자 문재인 정부가 억지로 눌러놨던 가스 요금이 단기간 크게 뛰었고, 탈원전으로 비율을 크게 높였던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은 국제 천연가스 가격 폭등의 부메랑을 맞은 것이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지만,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이 현재 요금과 관련한 여러 부작용을 심화시켰다”고 말했다.
◇난방 많은 겨울철, 인상 폭 한꺼번에 인식
가정에서 난방에 주로 쓰는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해 네 차례(4·5·7·10월) 올랐다. MJ(메가줄·에너지 단위)당 0.43원, 1.23원, 1.11원, 2.7원 오르며 가스공사가 도시가스 회사에 판매하는 도매가는 한 해 동안 총 5.47원(42.3%) 올랐다. 이에 따라 도시가스 회사가 각 가정에 공급하는 요금도 38.5% 인상됐다. 신도시를 비롯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적용하는 열(난방·온수) 요금도 지난해 세 차례(4·7·10월)에 걸쳐 37.8% 올랐다. 열 요금은 도시가스 요금과 연동해 가격을 조정한다.
도시가스 요금은 2019년 7월 3.8% 올랐고, 2020년 7월 10.7% 인하한 뒤 동결됐다. 열 요금 또한 2020년 7월 2.5% 내린 뒤 2년 가까이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2021년부터 공급망 붕괴에 따른 유럽발 에너지 위기가 닥치면서 세계 각국은 에너지 요금을 잇달아 올렸다. 우리나라 역시 가스·열 요금 인상 요인이 생겼지만, 문재인 정부는 요금 인상을 지난해 3월 있었던 대선 이후로 미루면서 올겨울 소비자가 체감하는 요금 인상 폭이 더 커지게 됐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인상 요인이 있었던 작년 1월부터 요금을 올렸다면 이번 겨울에 소비자들이 난방을 적게 하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대비했을 것”이라며 “작년 대선 전에 요금을 올리지 않고 봄부터 올리면서 난방비 충격이 한꺼번에 온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도 가스 요금 인상 불가피”
다음 달에도 난방비 폭탄은 계속된다. 1월에 받은 고지서는 작년 12월 사용량이고, 2월 나오는 고지서는 1월 사용량이다. 난방공사 관계자는 “보통 12월보다 1월에 추운 날이 많아 난방 수요가 많고, 실제 사용량도 많다”고 말했다. 1월부터 9.5% 인상된 전기 요금까지 반영돼 소비자들이 느끼는 에너지 요금 충격은 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작년 말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1분기(1~3월) 가스 요금을 동결했다. 하지만 2분기부터 인상은 불가피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며 국제 에너지 가격이 고공 행진했지만, 국내 요금이 이를 제대로 쫓아가지 못해 한국가스공사에 쌓인 미수금(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금액)은 10조원에 육박한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국제 LNG 가격이 지금 수준을 유지해도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6년까지 가스공사의 미수금을 해결하려면 올해만 지난해 인상 폭의 두 배 수준인 MJ당 10.4원을 올려야 한다.
국제 유가와 LNG 가격이 다시 치솟을 우려도 있다. 유럽 지역 이상 고온 현상으로 이번 겨울엔 가스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지만, 5월 이후 비축을 위한 수요가 몰리고 코로나 봉쇄를 해제한 중국에서 보상 소비가 폭발하면 다시 작년과 같은 폭등세가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스는 저장·운송이 까다로워 작은 충격에도 국제 가격이 급등락한다. 2020년 5월 mmbtu(열량 단위)당 2달러를 밑돌던 동북아 LNG 현물 가격(JKM)은 작년 8월 말 70달러를 웃돌기도 했다.